삼성석유화학 최성래(56) 대표는 디지털 혁명기에 스피드 경영을 강조한다.

섬유산업의 원료(PTA)를 생산하는 화학업체라고 해서 변화를 게을리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피드가 경영의 효율을 결정한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최 대표는 "전자 결재시스템을 도입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서류 결재만 못하다"며 컴퓨터 활용을 생활화할 것을 요구한다.

e메일을 열어 보지 않고 결재를 묵히는 임직원은 정보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데 따른 결과란 얘기다.

삼성석유화학은 올초 최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사내 평균 결재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지난해말만 해도 69시간 걸리던 평균 전자결재 시간이 8월에는 14시간으로 줄었다.

최 대표 스스로도 출장중이거나 퇴근후에도 수시로 e메일을 체크해 신속하게 결재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고 있다.

올초 삼성BP화학에서 삼성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 최 대표는 임직원들에 디지털 마인드를 심어주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장치산업이란 특성 탓인지 대부분의 직원들이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최 대표가 현장 사원에게까지 노트북을 지급한 것도 정보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기숙사에는 PC방을 설치했고 재택 근무가 가능하도록 VPN 서비스를 구축했다.

또 디지털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이버 교육을 실시했다.

디지털 마인드를 전사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성공한 최 대표는 요즘 이를 활용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

제2대주주(35%)인 BP아모코사와 모든 경영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정보(Open Information)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구매 및 고객사와 사이버상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키 위해 최근 e비즈니스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

그가 e비즈니스를 통해 회사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은 10여년 이상 해외주재원(삼성물산)으로 활동하면서 끊임없는 변화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격변하는 환경에서 살아 남는 비결은 남보다 빨리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삼성석유화학은 삼성과 BP아모코사(미영합작)가 합작으로 세운 회사인 만큼 디지털 경영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야만 파트너와 떳떳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할 수 있다.

e비즈니스 전도사인 최 대표는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이기기 위해선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디지털 경영을 추진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