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가 연간 2백억달러에 이르는 비디오게임산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니에게 도전장을 냈다.

사업영역을 오피스에서 리빙룸까지 넓히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소니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기술"과 "속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선 신개념 기술의 게임을 들고 나올 예정이고 소니는 빠른 속도를 가진 게임기로 이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산업진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보다 많은 "돈 되는" 산업으로의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측면과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마진이 박한" 산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것은 자멸의 길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PC소프트웨어시장의 독점적인 지배로 경쟁업체로부터 욕을 먹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다른 회사)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게임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현지 언론 등 여론의 반응도 게임시장에 미국업체가 진입하는 것을 환영하기 보다는 독점업체의 타산업 진출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승리를 자신한다.

"Xbox"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신무기는 지금까지 나온 비디어게임기중 가장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10월부터 대당 3백달러 정도에 내놓을 예정이다.

개발프로그램을 이끄는 로버트 바크 개발부문 사장은 "시장을 지배하는 비디오게임 제조업자는 각각 새로운 세대마다 바뀌어 왔다"며 "올해나 내년쯤 비디오게임이 다음 세대로 전환하기 때문에 이번이 선발주자가 다시 바뀔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내면 리딩주자가 될수 있고 그게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것이란 확신이다.

소니의 수성계획도 만만치 않다.

전세계에 7천3백만대 이상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팔았고 미국시장에서 51%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소니는 아예 이번 기회에 비디오게임산업의 규칙을 바꾸려 하고 있다.

새로 진출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발도 내딛지 못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속도전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만족시킬수 있는 빠른 속도의 게임기를 1,2년안에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여름 개발한 GS-Cube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그래픽 슈퍼컴퓨터다.

1초에 2억개 이상의 다각형을 소화해 낼수 있어 기존 플레이스테이션보다 16배 정도 빠르다.

현재 상업용 그래픽머신중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인 실리콘 그랙픽스 리얼리티엔진보다도 2배이상 빠르다.

소니는 속도전을 아직 공개적으로 인정하진 않는다.

이 시스템이 비디오게임세계와 헐리우드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개발업자들은 이 시스템이 2003년초부터는 상업용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게다가 올 10월 첫 공개되는 "플레이스테이션2"는 Xbox보다 훨씬 많은 게임소프트웨어를 소화해 낼수 있으면서도 Xbox의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다.

Xbox의 싹부터 잘라내겠다는 의도다.

결국 앞으로 게임기 시장은 "안정된 시장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장구도 자체의 변화를 노리는 소니의 싸움으로 압축된다"(컴퓨터산업컨설팅회사인 엔비저니어링 리처드 도허티 사장)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독점의 수혜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또다른 독점시장에서 자칫 패배자로 전락될지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