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은 벤처기업들엔 그림의 떡''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사업권을 따기 위한 참여 기업들간 짝짓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IMT-2000 사업 참여자에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유도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 벤처기업들엔 IMT-2000사업 참여 여지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컨소시엄에 들어가기 위해 초기에 내야할 자본금에다 거액의 출연금까지 더해져 자금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강남 테헤란 밸리에서 무선 인터넷 콘텐츠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A사는 최근 IMT-2000 사업을 준비중인 모 대기업에 컨소시엄 참여 제안서를 냈다.

그러나 최소한 20억원 이상을 갖고 들어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를 검토중이다.

이 회사 L사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지만 우리 회사 자본금보다 많은 돈을 내야 한다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IMT-2000 컨소시엄을 준비중인 대기업은 한국통신과 SK텔레콤 LG그룹 하나로통신 등 4개사.이들 회사는 컨소시엄 구성시 초기 자본금을 평균 3천억∼5천억원 정도로 산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에만 정통부에 내야할 출연금이 각 컨소시엄별로 상한액(1조1천5백억원)의 절반 수준인 5천7백억원을 넘는다.

결국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선 1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대략 20%의 지분을 중소·벤처기업들에 배정할 경우 중소·벤처기업들은 2천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1백개 벤처기업이 분담한다면 기업당 최소 20억원은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소 단위가 많게는 3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초기 출자금의 회수 시기는 몇년 후가 될지 낙관할 수조차 없다.

적어도 IMT-2000서비스가 시작되는 2002년 5월까지는 묶어둬야 한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벤처업계 대란설 등으로 투자 유치도 막혀 있는 상황에서 언제 회수할지도 모를 20억∼30억원의 현금을 한꺼번에 동원할 수 있는 벤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벤처기업들에는 IMT-2000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기업들로서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정부의 컨소시엄 방침 이후 벤처기업들이 너도나도 제안서를 들고 찾아오지만 자금력을 지닌 우수 벤처기업을 찾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융자지원 등 다각적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컨소시엄 우대정책은 무늬만 벤처육성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