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사는 주부 김모씨(34).

올 여름 휴가 때 식구들과 함께 가까운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그다지 즐겁지가 않았다.

휴가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가 신나는 일이긴 하지만 예년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그 준비작업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찌는 듯한 날씨에 세살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여행사 이곳저곳을 돌아니며 상품과 가격을 일일이 비교하는 것이 김씨로서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수영복 선글라스 등 각종 바캉스용품을 사기위해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이같은 준비로 진이 다 빠져 막상 휴가지에서는 제대로 기분을 내지 못했던 기억도 남아 있던 터였다.

그러나 김씨는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해보라는 남편의 조언 한마디에 걱정을 말끔히 씻어냈다.

직장 일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었던 남편과 집안에서 편안히 상의해가면서 준비하는 일이 여간 즐겁지가 않았다.

수백가지의 여행상품을 비교 검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오프라인 업체에 비해 10~20% 가량 쌌다.

맞춤서비스가 가능해 일정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상품도 나와 있었다.

물놀이용품 선글래스 수영복 등 필요한 바캉스용품도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며칠만 있으면 파도가 출렁이는 시원한 해변 휴양지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상상하면서 김씨는 요즘 한껏 들떠 있다.

<>시장 대폭발=인터넷쇼핑몰이 이처럼 소비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장이 대폭발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기존 거래관행도 급속히 파괴되면서 가격 물류 상품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대대적인 변혁이 일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96년.

인터파크와 롯데백화점 쇼핑몰이 효시다.

그 후 불과 5년만에 업체수는 2천여개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예측기관마다 제각각이긴 하지만 업계는 대체로 올해 인터넷 쇼핑몰 시장규모가 최소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6년 14억원에 불과하던 시장이 무려 4백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7백2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몰은 올 상반기에만 8백70억원어치를 팔았다.

올해 전체 매출목표는 2천억원으로 잡고 있다.

한솔CS클럽도 올해 매출목표를 2천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7백65억원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인터파크 LG이숍 바이엔조이 등 대부분의 인터넷쇼핑몰들도 올해 매출목표를 2~3배 가량 늘려 잡고 있다.

특히 가계 소비의 주체인 주부들이 사이버쇼핑에 익숙해질 경우 시장 폭발력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인터넷쇼핑몰들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이들 "큰손"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인터넷쇼핑몰 이용자 연령대도 10~20대에서 구매력이 높은 30~40대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시장에 청신호이다.

<>유통혁명 가속화=시장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유통혁명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격이 파괴되고 있다.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직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생산자에서 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로 이어지던 복잡한 유통단계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바로 연결될 수 있다.

중간 거래상이 없어지면서 그만큼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은 역경매라는 독특한 거래방식도 가능케 해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를 크게 앞당기고 있다.

상품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인터넷브랜드라는 PB(자체상표)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컴퓨터에서 패션제품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정착으로 기존 대량구매.대량생산 체제가 다품종.소량생산체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상품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이다.

인터넷쇼핑몰 전용 제품이었던 미국의 델컴퓨터처럼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양과 가격을 맞춘 상품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의 급팽창은 택배 등 물류산업에도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의 성패 여부는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전달해주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쇼핑몰업체간 택배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사이버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을 비롯한 기존 유통업체들은 저마다 인터넷쇼핑몰을 개설,사이버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인터넷쇼핑몰도 오프라인쪽에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업체들이 살아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점은 있다=인터넷쇼핑몰시장이 커지면서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달에 1백만원의 매출도 못 올리는 영세업체마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는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져 돈을 치르고 물건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본인이 구매한 것과 다른 상품이 배달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신용카드번호 등의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터넷쇼핑에 대한 소비자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 하반기쯤 인터넷쇼핑몰업체들의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자본력과 오프라인상의 인프라 등을 갖춘 인터넷쇼핑몰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