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컴퓨터산업은 지금 르네상스 기(期).

e비즈니스 붐과 함께 국내 컴퓨터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이 세계적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PC) 분야에서 국산 제품은 해외에서도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았는가 하면 국내 업체들은 해외 초일류제품 아웃소싱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완제품 외에 PC 핵심부품 분야에서도 강국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삼보컴퓨터와 모니터 전문업체 KDS가 지난 98년 미국 현지 법인 이머신즈를 통해 판매중인 PC는 현재 미국 데스크톱 PC 시장에서 HP 컴팩 등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지난 98년 시판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2백50만대 이상 판매된 슈퍼 히트상품 ''아이맥'' PC도 LG전자가 전량 아웃소싱해 공급하고 있다.

한편 메모리, 모니터,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 CD롬, DVD롬 등 PC 핵심부품 산업에서 한국은 대만을 위협하면서 최강국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1위, LG전자는 PC용 광(光)저장장치인 CD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대표적 업체들이 모두 이 분야에서 세계 수위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IBM HP 컴팩 등 대표적인 해외 컴퓨터 업체들은 매년 각각 20억~40억달러 어치의 국산 PC 부품을 구입해 가고 있다.

외국 PC 업체 관계자가 "우리 PC는 사실 외형만 빼놓고 모두 한국산"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현실을 잘 표현해 준다.

국내 IT 업계의 우위는 MP3 플레이어로 대표되는 첨단 포스트 PC 분야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 지난 98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MP3 플레이어를 내놨고 지금은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MP3 플레이어의 60% 가까운 물량을 공급중이다.

국내 업체들은 창의성이 발휘된 복합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PC 카메라 기능을 합한 복합제품(LG전자), 휴대폰과 디지털 카메라를 합한 복합제품(삼성전자) 등 "퓨전(fusion) 디지털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메인프레임 유닉스서버 PC서버 등을 포괄하는 중대형 컴퓨터 분야의 성장세도 엄청나다.

올 1.4분기 한국 중대형 컴퓨터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커졌다(IDC 조사결과).

PC 서버의 경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분기보다 3배 가까이로 커졌다.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발전은 99년~2000년 한국을 강타한 e비즈니스 붐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인터넷 벤처가 급속히 늘면서 그 인프라를 이루는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장비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한국의 e비즈니스 열풍은 세계적인 IT 거물들에게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6월 방한해 "전 국민의 20%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e비즈니스가 세계 어느 곳보다 앞선, 한국 IT업체들과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컴퓨터 업체 컴팩의 마이클 카펠라스 사장도 5월에 방한, "한국은 인터넷 이용자가 1천4백만명으로 세계 7위 수준이며 관련 제품과 솔루션도 풍부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한국시장을 높이 평가했다.

중대형 컴퓨터 분야의 팽창으로 한국은 세계 대형 IT 업체가 주목하는 국가가 됐다.

올들어서만 빌 게이츠 회장, 카펠라스 사장,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 피터 본필드 브리티시텔레콤(BT) 회장, 리눅스 확산의 주역인 리처드 스톨먼 미국 프리소프트웨어재단 회장 등 IT업계 거물 인사들이 앞다퉈 한국을 찾았다.

이는 한국을 IT 중심으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IT 업계에서 한국의 영향력도 커졌다.

e비즈니스 붐과 IT 산업 발달은 관련업체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말부터 인터넷 PC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체적인 PC 가격도 크게 낮아져 PC 보급율이 크게 높아졌다.

현재 인터넷 PC는 펜티엄III 6백67MHz 중앙처리장치(CPU)를 채용한 고성능 데스크톱 PC가 1백31만원(17인치 모니터 포함), 펜티엄III 6백MHz짜리 노트북 PC가 2백34만원으로 한해 전보다 평균 30% 이상 싸졌다.

최근 한국의 e비즈니스 열풍은 전세계가 놀랄 만한 수준이다.

그 열풍의 저변에는 20~30년에 걸쳐 탄탄하게 조성된 컴퓨터 산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어 e비즈니스 붐의 미래 가능성은 더욱 밝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조정애 기자 jcho@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