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 있던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생명현상을 담고 있는 DNA의 구조를 밝혀낸지 반세기도 채 되지 않아 인간은 신이 만든 "생명의 설계도"를 손에 넣은 것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 지도를 근거로 10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밝힘으로써 암 치매 등 각종 난치병 질환의 예방과 치료는 물론 생명현상에 대한 규명에 나서게 된다.

<> 의미와 영향 =미 국립보건원(NIH)가 발표한 게놈프로젝트 결과물은 인간의 30억개 염기서열에 대한 "초안"(First Draft)이다.

1백% 정확한 지도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만으로도 인류의 숙원인 유전질환을 진단.예방.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자들이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를 찾고자 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연구소 김상수 박사는 "이번 결과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공개했던 염기서열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라며 "지금 결과로도 연구에 이용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게놈프로젝트 결과물을 근거로 1만여개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했다.

이들중 5백여개가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암, 파킨슨병, 당뇨병, 간질, 비만, 조로증, 백혈병, 심장마비, 동맥경화증, 색맹, 불임, AIDS 등 각종 유전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9만여개를 찾아내 그 기능과 질병의 연관성을 해명하면 어떻게 이들 질병이 생기고 노화가 일어나는지, 어느 부분이 심장을 만들고 머리카락을 만드는지 알수 있다.

각종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앞으로 10년이내에 동물로부터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내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세포를 떼어내 배양함으로써 필요한 장기를 만들 수 있다.

DNA 이상으로 생기는 유전자 질환은 DNA 칩으로 미리 진단하고 유전자를 대체해 줌으로써 쉽게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유전자질환은 암 치매 등 3천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 새로운 경쟁, 특허확보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은 생명공학 산업의 금맥을 캐기 위한 새로운 경주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 먼저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특허전쟁은 게놈프로젝트가 완결되기 전에 이미 시작됐다.

미국의 인사이트제약이 3백50여건, 게놈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셀레라제노믹스는 생명공학 관련 특허를 포함, 무려 6천여건이나 출원했다.

국내에서도 외국기업들의 특허 공세가 거세다.

99년말 현재 국내에서는 미국의 암젠, 일본의 아지노모토 등이 2백50여건의 특허를 신청했다.

반면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의 특허출원 건수는 1백51건에 그쳤다.

현재 인터넷기업 못지않은 열기로 창업되고 있는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가세하면 생명공학 특허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 남은 과제 =게놈 프로젝트의 성과가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생명현상의 근원을 규명하는데 연결되려면 포스트 게놈프로젝트가 진행돼야 한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기능유전체학 <>개인들의 염기서열의 차이를 규명하는 비교유전체학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해명하는 프로테움 <>쥐 등 인간유전체와 유사한 동물의 유전체 해독 <>바이오칩 등 유전병 진단기술 개발 등의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게놈에는 약 2~3%만 단백질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고 나머지 97% 정도는 의미가 없어 보이는 염기 순서들이 반복되어 있다.

따라서 게놈의 염기순서에서 유전자를 찾아내는 일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