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베드러브"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과 위원회 심의기준에 의거, 성인 사이트인 "베드러브"를 폐쇄한 뒤 네티즌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드러브"는 음란물 사이트이고 심의기준 제15조(선량한 풍속 등 보호)에 어긋난다는 위원회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성인 네티즌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거나 "왜 베드러브만 문제삼느냐"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베드러브" 논란은 지난 4월 위원회가 문제의 사이트를 폐쇄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이트를 운영해온 (주)BL커뮤니티는 위원회의 폐쇄명령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고 "사랑의 침실테크닉2"란 이름으로 제2의 "베드러브" 사이트를 오픈했다.

위원회는 지난 16일 이 사이트에 대해서도 이용해지 명령을 내렸고 BL측은 21일 서버를 철거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홈페이지(www.icec.or.kr)에서는 위원회의 사이트 폐쇄 조치를 놓고 다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위원회측은 문제의 두 사이트가 건전한 성윤리를 추구하기보다 주로 원초적 성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게시물을 아무런 여과없이 제공하고 있어 유해 사이트로 판정했다고 주장한다.

위원회의 판정에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위원회측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에도 귀담아 들을 점이 있다.

첫째는 인터넷 사이트의 내용물을 "윤리"라는 잣대로 엄격히 재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BL커뮤니티는 "베드러브"가 있던 자리에 "근조(謹弔)-대한민국에서 죽은 성인 네티즌의 권리"라고 써놓기도 했다.

윤리위원들이 음란하다고 생각할 만한 콘텐츠일지라도 건전한 성인이라면 즐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두번째는 형평성 문제이다.

인터넷상에는 불건전성에서 "사랑의 침실테크닉2"보다 심한 사이트가 얼마든지 있다.

여대생이 훌렁 벗고 나오는 사이트가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따라서 BL커뮤니티측이 "왜 우리만 문제삼느냐"고 따지면 답변이 궁해진다.

위원회측은 "일벌백계"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형평성에서 의심받기 시작하면 권위가 떨어지고 만다.

문제의 핵심은 "성인 사이트"를 표방하는 곳이라도 청소년들이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초등학생도 주민등록번호를 가짜로 써내면 성인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성인 사이트에는 성인만 출입하도록 법제를 정비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또 성인 사이트와 청소년 사이트에 대해서는 심사기준도 달라야 한다고 본다.

김광현 정보과학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