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갈 때마다 은행과는 달리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금융시스템이 바뀐다며 사흘간 이용정지를 한 적도 있고 아무런 통보 없이 계좌번호를 바꿔 놓기도 했습니다. 창구직원은 영문을 몰라 묻는 고객에게 오히려 짜증을 내더군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체국에서 타행환을 하고 송금수수료 영수증을 달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하더군요. 여직원의 말투나 태도가 매우 불쾌했습니다. 그 여직원은 독수리타법으로 전산입력을 하더군요. 일처리 속도가 늦으면 친절하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정보통신부 홈페이지(www.mic.go.kr)에 올라온 우체국 고객들의 글이다.

이곳에는 이런 종류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대부분 우체국 직원들의 불친절을 고발하는 글이다.

글을 읽다보면 창구에서 당한 설움을 몽땅 쏟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보통신부 홈페이지 얘기를 하면서 서두에 우체국 고객의 불만 사례를 든 것은 우체국 직원들이 대부분 불친절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체국에도 은행 직원 못지않게 친절한 직원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게시판을 둘러보면 우체국 직원의 미담에 관한 글도 찾아볼 수 있다.

또 고객의 불만만 듣고 우체국 직원이 잘못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우체국 고객의 불만을 거론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인터넷이 열린 행정 실현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부 홈페이지를 찾는 네티즌은 하루평균 1만여명.

이들은 이곳에 들러 불친절 비효율을 고발하기도 하고 정책의 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정보통신부는 홈페이지를 정책홍보 및 여론수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언론사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는 원문을 곧바로 홈페이지에 올려놓는다.

상당수 네티즌은 정책의 진의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에 들른다.

홈페이지는 사이버데모 장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정집단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발표되고 나면 손해보는 측에서 사이버데모를 벌이곤 한다.

물론 정보통신부 뿐이 아니다.

청와대를 비롯, 대다수 부처가 홈페이지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신문고(www.sinmoongo.go.kr)는 그야말로 조선시대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부처중에는 사이버데모가 두려워 게시판을 폐쇄하거나 익명으로는 글을 올리지 못하게 통제하는 곳도 있다.

정책을 시달만 하고 민의에는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나 다름없다.

굳이 우체국 직원들의 불친절을 거론한 두번째 이유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는 거의 날마다 우체국 직원들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온다.

내용도 비슷하다.

1년전에 읽었던 글과 최근 읽은 글이 다를게 없다.

우체국장이 사과문을 올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점도 같다.

뭔가 잘못됐다.

인터넷이 열린 행정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정부 홈페이지 게시판이 부정부패 불친절 비능률을 고발하는 창구로 유용하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열린 행정과 전자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정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하고 게시판을 통해 올라온 민의를 공무원들이 겸허한 자세로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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