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분야에서 한국의 잠재력은 미국 못지 않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유망기업을 발굴해 세계적인 인터넷기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아시아웹 네트워크(AsiaWeb Networks)의 김승범 사장(27.미국명 Matthew Kim)대표는 벤처캐털리스트(Venture Catalyst)이다.

초기 벤처기업에 자금만 투입하는 사람을 엔젤투자자라고 한다면 벤처캐탈리스트는 기업의 설립초기부터 비즈니스모델의 정립, 마케팅 전략, 자금조달 중개, 경영자문 등을 통해 신생기업이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벤처의 메카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벤처캐탈리스트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그곳에서 작년초 "벤처트리"라는 벤처캐탈리스트 회사를 세워 활동하다가 올해 한국에 왔다.

지난 96년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메릴린치 증권의 기업 M&A(인수.합병)부에서 2년간 경력을 쌓았다.

당시 그는 웨스팅하우스(현 CBS)의 계열사인 서모 킹의 인수(26억달러어치)를 성사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98년에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인베스트콥으로 자리를 옮겨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했다.

"기업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펀딩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펀드를 만들고 기존에 알고 있는 인맥을 활용해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벤처트리가 처음으로 투자한 회사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호라이즌 시스템.

ASP 전문회사인 호라이즌시스템은 현재 휴렛팩커드(HP)에서 분사한 애질런트테크놀로지에 ASP 제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또 벤처트리가 투자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회사인 스펑키프로덕션은 세계 최고의 플래쉬(Flash)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로 라이코스 등에서 투자를 한 유망기업이다.

벤처트리로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김 대표는 아시아기업들을 대상으로하는 아시아웹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아시아웹 네트워크의 강점은 세계 각지의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는 자문이사들이다.

이들은 자국의 유망기업을 발굴해 아시아웹네트워크에 투자정보를 제공해 준다.

자문이사들중 상당수는 이 회사의 펀드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오라클 컨설팅그룹 의장을 맡았던 토니 리치도 그들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체 전문경영인, 금융회사 사장 등이 자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들과 1주일에 한번씩은 전화로 회의를 한다.

"미국에서는 나스닥 시장의 낙폭이 커도 좋은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좋은 기업이나 나쁜 기업이나 펀딩을 받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저희에게는 이런 상황이 공격적인 펀딩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올해 약 5백억원 정도를 아시아 유망 인터넷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중 절반은 한국기업에 투자된다.

현재는 섬유 B2B 회사인 버티컬코리아와 교육분야 사이트인 리얼세미나와 러닝콤 등에 투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국내시장만 보고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했다가 세계시장을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내다본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