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가에 늘어선 노점상,"골라골라"를 외치는 상인들의 목소리.재래시장에서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동대문시장에서 활동 중인 몇몇 젊은 사장들을 만나면 그런 생각이 완전히 가신다.

김현수(29) 임흥기(38) 신용남(38) 박경식(39) 이윤하(38)사장.이들은 활동 장소만 동대문시장일 뿐 활동업무는 "테헤란로"의 젊은이들과 똑같다.

패션메카 동대문의 명성을 등에 업고 사이버 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다.

나름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 동대문 사이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나이도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로 비슷해 동대문에선 "5인방"으로 불린다.

5명중 홍일점인 김현수 셔틀트레이드( www.shuttletrade.com )사장은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다.

그가 잘나가던 컨설턴트라는 직함을 내던지고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주위 반응은 냉담했다.

"어린" 여성 사업가에게 재래시장이란 곳은 비즈니스활동을 하기에는 너무 거칠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독특한 모델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기존 업체들과 달리 두산타워 1층에 "허브센터"라는 외국인 바이어 정보센터를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허브센터는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인 고객확보와 유지를 가능하게 하지요"

성공적인 e비즈니스를 위해선 온.오프간의 결합은 필수라고 김 사장은 강조한다.

파텍스( www.fatex.com )라는 재래시장 B2B(기업간전자상거래)사이트를 운영하는 임흥기 사장은 다이렉트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재래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중간단계 없이 최종소비자에게 곧바로 판매한다.

그는 그동안 국내 대형 홈쇼핑업체 4군데에 다이렉트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임 사장은 동대문 시장에서 e카탈로그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고있다.

지금까지 10만여개의 전자카탈로그를 제작,동대문상품에 관한 한 국내에서 가장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대문시장에 관한 생생한 정보로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사이트로는 신용남 사장이 운영하는 동타닷컴( www.dongta.com )을 꼽을 수 있다.

신 사장은 동대문에서 10년동안 장사를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정보를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그런 배경으로 동타닷컴의 회원은 현재 8백여명에 달한다.

신 사장의 꿈은 강력한 상인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중국대륙에서 동대문패션으로 승부를 보는 것.그는 "14억 중국인구에게 동대문옷을 입히는 게 목표"라며 "우수한 상인커뮤니티는 이같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박경식 인터넷동대문( www.dongdaemun.com )사장은 동대문에 인터넷 바람을 몰고온 "원조"로 불린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중 동대문제품이 훌륭한 전자상거래용 아이템이라고 판단한 그는 3년전에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동대문의 특징은 웹진을 이용,네티즌들을 끌어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사업을 펼치는 것.흥미로운 웹진덕분에 그의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1만5천여명의 네티즌이 방문한다.

쇼핑DDM( www.shoppingddm.com )의 이윤하 사장은 폭넓은 대인 관계를 무기로 사이버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대문의 10여개 도매상가 연합체인 동대문의류상가 대표자협의회가 사업 기반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인간관계가 좋다.

금융기관에서 일하며 상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든든한 상품공급처를 확보,쇼핑몰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경력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동대문시장의 전자상거래를 이끌어갈 이들 "5인방"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이들이 열어갈 "e재래시장"의 장래는 결코 장밋빛만이 아니다.

인터넷 매출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래시장은 e비즈니스를 펼치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e비즈니스의 "불모지"를 "황금광맥"으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