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속담이 있듯 한차례 유해논란을 겪은 엔씨소프트 김택진(33) 사장은 요즘 사업의욕이 넘친다.

지난달 25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자사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적합판정을 받은 김 사장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세계시장 진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목표는 이제 국내시장이 아니다.

김 사장의 눈은 세계를 보고 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게임 리니지는 국내에서 이미 미국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와 경쟁할 수 있는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니지는 2백5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동시접속자수도 최고 4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규모의 단일 온라인게임이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이번달말부터 리니지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며 대만에서는 현지 게임업체인 감마니아와 손잡고 다음달 1일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오는 8월에는 홍콩, 중국 지사를 설립해 중국어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예정입니다"

김 사장은 미국의 온라인 게임시장이 올해 4천억원, 2002년까지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시장이라며 해외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활한 해외진출을 위해 게임의 내용을 탄탄하게 다지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

정보통신윤리위의 지적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동시에 올해 말까지 리니지의 게임 에피소드 12편중 나머지 6편을 선보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는 3D렌더링 기법을 이용한 리니지 후속편 "리니지2" 개발에 착수, 하반기에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발맞춰 나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등 게임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의 출시에 맞춰 "리니지 엑스박스 버전" 등을 준비중이며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PC 운영체제인 매킨토시 버전과 차세대 운영체제로 손꼽히는 리눅스 버전도 개발중이다.

어린이나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귀엽고 앙증맞은 게임도 내놓을 계획이다.

3D 그래픽으로 완벽한 가상사회를 구현하게 될 이 게임은 연말에 시범서비스에 들어가게 된다.

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다니던 1989년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과 함께 "아래아한글"을 만든 국내의 대표적인 프로그래머다.

같은해 한글타자 연습 프로그램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던 "한메타자"를 만들었다.

현대전자에 근무하던 1995년에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온라인서비스 아미넷(현 신비로)도 개발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