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오너는 없다. 단지 리더만이 있을 뿐이다"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이 동료 벤처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즐겨하는 말이다.

벤처에서 일하는 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터보테크가 창업 초기부터 사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국내외 전문기관 위탁교육 <>외국어 교육 <>해외 연수 프로그램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임대 아파트.기숙사.콘도미니엄 운영 등 복지시설 운영 <>각종 사내 동아리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온 것도 사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지금으로선 별 일 아니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던 신생 벤처기업으로선 섣불리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었다고.

특히 회사가 어려웠던 지난 98년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업문화개혁팀"을 조직해 서로를 북돋워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

국내 대기업에서 과거에 말로만 "주인의식을 가져라"고 외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97년 이후 IMF 관리체제로 인해 여느 기업처럼 터보테크의 사정도 악화됐다.

결국 이듬해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영업사원을 제외한 모두가 청원.아산공장으로 내려와야 했다.

이때 직원들 스스로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가 일하는 일터는 스스로 가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문화개혁팀을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개혁팀의 모토는 "우아문(우리들의 아름다운 문화를 위하여)".

일에 쫓겨 서로를 돌아볼 시간도 없지만 서로 칭찬해주고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같이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는 게 취지였다.

경비절감을 이유로 다른 회사에선 대부분 폐간시키던 사보를 창간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주인의식을 가진 구성원들의 이같은 노력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 힘든 시기를 넘기는 데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터보테크가 지난 12년간 경기부침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주 원동력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기술개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벤처는 기술혁신 주도형 기업"이라며 "우수한 기술만 가지고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IMF 관리체제로 인해 갖은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도 연구개발(R&D)투자는 조금도 줄이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터보테크가 자회사인 넥스트인스트루먼트를 설립,반도체 장비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바로 이 때다.

언뜻 무모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R&D에 투자해 미래를 준비해 놓지 않으면 시장이 다시 좋아졌을 때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반도체 장비와 공작기계는 쓰임은 다르지만 모두 초정밀 가공기술과 자동화기술이 요구된다.

반도체 공정라인의 자동화기기에 CNC의 정밀제어기술을 이식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던 것.

넥스트인스트루먼트는 현재 LCD라인에 들어가는 장비를 순수 자체기술로 생산,올 매출 80억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장 사장은 "세계적인 통신사업자인 모토로라도 애초에는 가전제품 회사였다"며 "CNC개발로 축적한 첨단 메카트로닉스.소프트웨어 기술 등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장비 정보통신 인터넷 등에 진출해 사업간 시너지를 최대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