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브라우저는 가라!"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용하는 서비스는 제각각이다.

정보검색 e메일송수신 채팅 물건구입 게임 음악듣기 주가조회 등등.

네티즌들이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은 한결같다.

PC화면 가득히 웹브라우저를 띄워 놓고 해당 서비스로 찾아 들어간다.

거의 모든 서비스들이 인터넷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월드와이드웹(WWW,이하 웹)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웹브라우저를 박차고 나오는 인터넷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

웹에 계속 갇혀 있자니 불편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웹메일서비스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메일"에서 수신된 e메일을 확인하는 경우를 보자.

우선 바탕화면에서 바로가기 아이콘을 두번 클릭해 "회전하는 지구본"(익스플로러)이나 "쏟아지는 별똥별"(내비게이터)이 멈출 때까지 보통 3~4초를 기다려야 한다.

브라우저창에 주소(www.daum.net)를 써넣거나 "즐겨찾기"(북마크)에서 찾아 해당사이트에 접속하고 사용자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할 때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메일 하나 열어보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다.

웹브라우저와 결별한 서비스들은 한번 클릭만으로 사용자들과 만난다.

이들 서비스는 해당 서비스업체가 제공하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사이트에 접속해 해당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PC에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프로그램의 용량은 2~3MB에 불과하고 대부분 자동 설치되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에 부담도 없고 설치도 간편하다.

이들 프로그램은 PC가 LAN(구역내통신망)이나 전화접속 등을 통해 인터넷과 연결만 되면 바로 화면에 아이콘이 뜬다.

이 아이콘을 누르기만 하면 즉시 이용할 수 있다.

e메일의 경우 해당 아이콘을 클릭하고 로그인하면 바로 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공간도 브라우저와는 달리 PC화면 일부만 차지한다.

이같은 방식의 원조는 인터넷에 접속된 사람들끼리 실시간으로 얘기할 수 있는 실시간메시징서비스인 ICQ.

웹의 느린 속도를 참지못해 나온 "ICQ"같은 통신서비스에 이어 바둑 고도리 등 네트워크게임,증권정보 인터넷방송 등 콘텐츠서비스도 잇따라 선보였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주요 기능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포털까지 등장했다.

이들 서비스는 속도가 빠르고 사용법이 간편하기 때문에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바야흐로 "탈(脫) 웹브라우저"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인터넷솔루션업체인 넥스터(www.nexter.com)가 운영하는 인터넷통합서비스인 "넷스테이션".

파일보관및 전송, e메일과 실시간메시징, 영상채팅및 온라인 바둑을 비롯한 각종 엔터테인먼트 등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웹브라우저 없이 막대모양의 툴바에서 제공한다.

서비스 개시 두달여만에 넷스테이션 이용자수가 10만명을 돌파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회원에 가입한 뒤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대식 넥스터 사장은 "웹은 http라는 프로토콜을 사용, 필요한 정보를 찾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며 "넷스테이션은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개발, 빠른 전송속도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증권 수익률게임으로 유명한 인터넷증권정보제공업체인 쉐르파(www.sherpa.co.kr)는 최근 한달에 1만원씩 내는 유료회원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이 회사는 이로써 매월 2억원 이상의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회비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쉐르파의 성공비결은 기존의 웹브라우저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쉐르파 2000"이란 독자적인 네트워킹 엔진을 통해 유료회원들에게 맞춤형 정보와 실시간 수익률 게임 등을 빠르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음악전문 채널 "튜브뮤직"(www.tubemusic.com)도 웹브라우저를 열지 않고도 언제든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인터넷음악라디오방송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동시 접속자수가 2천명에 이를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넷PC통신업체인 나우콤(www.nownuri.net)은 웹브라우저를 사용하지 않는 종합 인터넷서비스인 "나우로 블루"를 개발, 다음달부터 서비스에 들어간다.

이 프로그램은 파일저장 채팅 메신저 e메일 등의 서비스를 사용자가 각각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심마니도 이달말부터 웹데스크톱서비스인 "팝데스크"에 가운데 파일보관, 저장 서비스인 "팝폴더"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으로도 쓸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같은 "탈" 웹브라우저 서비스들이 웹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체의 웹사이트에 접속, 해당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설치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들 서비스의 의의는 웹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웹에 가두지 않는데 있다.

인터넷에 멀티미디어적인 요소를 도입, 화려함을 부여했고 인터넷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대중화시킨 웹은 여전히 위대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서비스의 "탈" 웹브라우저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쓰기에도 편하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심규석 나우누리 개발팀장은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로 사용하는 기능이나 서비스는 많아야 서너개에 불과하다"며 "몇몇 서비스에 특화된 소용량의 네트워크프로그램들은 속도와 안정성에서 웹방식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