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 올에서 사람의 유전자를 복제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한 PCR을 이용하면 화석화된 생물조직에 남아있는 유전물질을 복제할 수 있다.

이전까지 화석생물들의 유전정보는 영원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특별한 상태에 보존된 화석화된 동물과 식물들의 조직안에 멸종된 생물들의 DNA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PCR기술이 개발되기 이전에도 고생물의 DNA를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1984년에 약 1백년전에 멸종된 말과에 속하는 쿠아가(Quaga)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에 사용됐던 재료는 1백40년간 박물관에 전시돼있던 박제였다.

같은해에 이집트에서 2천3백여년이 지난 미이라에서 DNA를 뽑아 분석한 결과들이 발표됐다.

이들 발표는 과학계에서 큰 환영을 받았지만 검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PCR기술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연구는 활기를 띠게됐다.

특히 사람에 대한 연구는 큰 관심거리였다.

지금까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견된 7천년된 미이라,아일랜드에서 발견된 2천년된 토굴인 미이라,알프스얼음속에서 발견된 냉동인의 DNA가 각각 분석됐다.

그리고 분석된 DNA의 염기순서를 바탕으로 그들이 어느 민족이나 개인의 조상인지를 추론했다.

예를들면 아일랜드의 한 소학교 선생은 그 나라의 토굴에서 발견된 2천년전 사람의 직계 후손인 것으로 밝혀져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된 화석생물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할 수 있을까.

자연상태에서 DNA는 물과 공기때문에 5만년정도되면 완전히 파괴된다.

물과 산소가 없는 이상적인 조건에서도 이론적으로는 지구상에 있는 방사선 때문에 4백만년안에 완전히 파괴된다.

그러나 지난 90년에 약 2천만년전에 살던 목련과 소철에서 DNA를 추출해 복제했다.

또 92년에 같은 시대에 화석이된 플라타나스와 슈도파거스의 DNA를 분리해 분석했다.

이들이 발굴될때 잎들은 여전히 녹색이었다.

동물도 예외가 아니다.

약2천5백만년에서 3천만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흰개미의 DNA에 대한 분석결과가 92년에 발표됐다.

세쌍의 날개가 달려있는 흰개미는 호박속에 보존돼있었다.

연필깎는 칼로 호박을 자르고 개미속에서 DNA를 분리했다.

약4천만년전의 생물인 것으로 판정된 벌의 DNA도 이같은 방법으로 분리했다.

지금까지 분리된 DNA중 가장 오래된 것은 1억2천만년에서 1억3천5백만년전에 살던 것으로 추정되는 딱정벌레의 것이었다.

그러나 화석 DNA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모두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과학은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 잘못된 연구결과를 수정한다.

특히 놀랄만한 발견일수록 동료과학자들의 세심한 검정과 반복실험을 거치게된다.

지난 94년 11월에 약8천만년 전에 살던 공룡 DNA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은 지층으로 확인된 석탄갱도에서 발굴된 공룡의 뼈에서 DNA를 분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정결과 사람의 손에서 오염된 것으로 판명돼 쥬라기 공원의 팬들을 실망시켰다.

[ 조양래 생물학박사 미스탠퍼드 대학 박사후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