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美대선 앞두고 지지자 결집 촉매 삼으려는 듯
"대응영상 미리 녹화한 트럼프, 기소 통보 받자마자 모금운동"
미 백악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미 연방검찰에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사실을 안 직후 정치후원금 모금에 나서는 등 신속히 '집안 단속'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오후 측근들과 함께 뉴저지의 한 사무실에서 피소 소식을 전달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직후인 7시 21분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자신의 기소 사실을 알렸다.

이어 30분 뒤에는 추가로 동영상을 게재하고 자신에 대한 기소가 미국의 쇠퇴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뒤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과 1차 세계 대전 때 독일 지도자였던 카이저 빌헬름 2세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배치됐다.

이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변호사를 통해 CNN 등 언론매체들에 "기소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그와 가까운 공화당 의원들에게 성명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미 하원 법사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짐 조던 의원은 트위터에 "미국에 슬픈 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복을"이라고 적었고,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도 "어둠의 날"이라며 거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처럼 빠르게 일련의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건 사전에 관련 정보를 파악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이 지난 5일 법무부 관리들을 만난 이후 그의 측근들은 기소 관련 정보를 입수하려 노력해 왔다.

그런 가운데 기소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결정을 규탄하는 동영상을 미리 찍어뒀다가 이날 공개한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 사실을 알린 직후 빠르게 후원금 모금 활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당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화당이 죽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백악관 문건을) 기밀 목록에서 제외할 권한이 있는데 바이든이 지명한 특별검사가 나를 또 다른 '마녀사냥'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평화롭게 나를 지지하기 위해 제발 기부해달라"며 기부액으로 24∼250달러(약 3만∼32만원)를 제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3월 말 이른바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뉴욕 맨해튼 검찰에 기소된 직후에도 정치 후원금을 대거 모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도 자신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며 후원금 모금에 나선 것은 대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민주당 소속인 맨해튼 지검장이 정치적 의도로 자신을 기소했다고 주장하며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결집해 2024년 미 대선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단숨에 압도적 선두로 올라섰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응영상 미리 녹화한 트럼프, 기소 통보 받자마자 모금운동"
한편, 현지에선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비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와 비슷한 성격의 문제를 일으킨 것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해 기밀 정보를 주고받은 사건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클린턴 전 장관의 기밀 부실관리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실제로 이는 클린턴 전 장관이 낙선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백악관 기밀문건을 대량 반출해 자택 내 창고에 방치한 것도 기밀 부실관리란 측면에선 다를 게 없다면서 "이제 (클린턴 전 장관과) 같은 문제가 그의 대통령직 탈환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