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회 단일정당 30년래 최다 39개주…경합주도 정책 쏠림 심화
낙태·총기규제·성소수자 등 논쟁적 현안 일방통행…반대당 선출직 견제까지
'이념전쟁'에 둘로 쪼개진 미국…주의회도 불도저식 입법
미국에서 한 정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동시에 장악한 주(州)가 크게 늘어난 이후 정책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치러진 중간선거로 미국에서 주지사 소속 정당과 주 상·하원 다수당이 같은 주는 39곳이 됐다.

이는 3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후 입법 시즌을 맞아 낙태부터 총기 규제, 환경, 성소수자 문제까지 논쟁적인 사회 현안과 관련해 공화당이 장악한 주는 보수적인 정책을, 민주당이 차지한 주는 더욱 진보적인 정책을 법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NYT는 이에 대해 '파란 주는 더 파래지고, 빨간 주는 더 빨개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에서 파랑은 민주당, 빨강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22개 주 가운데 많은 주가 미성년자의 성전환 치료를 금지하거나 상당 부분 제한했으며, 낙태에 대한 새로운 규제나 학교 내 성 관련 교육 제한을 밀어붙인 주도 많다.

민주당이 이끄는 17개 주는 총기 규제 강화나 탄소배출 제한, 낙태권 보장, 성전환자 의료보장 등에 나섰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현안과 의제들을 놓고 주(州)간 분열이 더욱 커진 셈이다.

팀 스토리 전미주의회협의회(NCSL) 사무국 최고경영자(CEO)는 "캘리포니아주가 진보적이고 텍사스주가 보수적이라는 건 늘 알았지만, 이제는 대부분 주가 둘 중 하나의 범주에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민주당 중 한쪽 성향이 강한 주뿐 아니라 양당이 접전을 벌여온 주에서도 올해 들어 의회가 한 방향으로 정책을 몰아가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 정부나 의회의 정책 방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주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권자들의 견해가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의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밀어준 플로리다주는 이후 공화당 쪽으로 기울었고, 대선 공화당 잠룡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낙태를 제한하고 미성년 성소수자의 의료보장을 제한하며 사형제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법안에 서명했다.

'이념전쟁'에 둘로 쪼개진 미국…주의회도 불도저식 입법
민주당이 지난해 박빙의 승리로 의회를 장악한 미네소타주에서는 팀 월즈(민주) 주지사가 낙태권을 성문화하고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며 중범죄자의 투표권을 확대하는 등 진보적인 법안에 서명했다.

미네소타주 상원에서 민주당에 1석 뒤진 33석을 가진 공화당의 마크 존슨 원내대표는 "정말 황당한 것은 우리가 거의 50%의 주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주 전역에 걸쳐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일부 주에서는 반대 당 소속이거나 그와 비슷한 성향의 선출직 고위 공무원, 기관장을 견제하거나 카운티·도시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이 주정부와 주 양원을 모두 장악한 아이오와주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보수주의의 요새'로 전환 중이다.

올해 들어 최소 16개 주가 미성년자의 성전환 치료를 제한했는데, 아이오와도 그중 하나다.

레이놀즈 주지사는 지난 1일 주 감사관의 정보 접근권과 주 산하 기관에 대한 고발 권한 등을 제한하는 법에 서명했다.

현재 주 감사관인 롭 샌드는 아이오와주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민주당 소속 선출직 기관장이다.

그는 이 법을 주 감사관의 직무를 방해하는 당파적 과잉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아동노동 규정을 완화하고 사립학교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법안에도 서명한 킴 레이놀즈 주지사는 지난달 낸 성명에서 "전국의 주들이 아이오와를 자유와 기회의 등불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올해 주지사나 주의회 선거가 예정된 지역이 소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에 내줬던 켄터키주와 루이지애나주에서 주정부 수성에 나서며, 공화당은 주정부와 하원을 장악한 버지니아주에서 몇 석 더 뺏어와 상원까지 차지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