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들과 회담…"개헌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대통령제 개헌 논의 본격 시동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탈리아가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9일(현지시간) 정치 제도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개헌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야당 지도자들과의 면담에 앞서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정부는 이탈리아에 필요한 제도 개혁에 대해 야당 대표들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제안과 비판을 주의 깊게 듣고, 시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미룰 수 없는 조치를 승인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은 지난해 9월 조기 총선 과정에서 멜로니 총리가 주도한 우파 연합의 주요 공약이었다.

그중에서도 멜로니 총리가 선호하는 프랑스식 준대통령제는 의회중심제의 요소와 대통령제의 요소를 혼합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 직선으로 뽑고, 의회 다수당이 총리를 맡아 대통령을 견제하는 구조다.

이탈리아는 베니토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가 또다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48년 제정된 헌법에 수많은 견제·균형 장치를 도입했다.

정치 시스템 자체가 권력 분산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이탈리아의 총리가 자신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반대로 대통령은 총리 임명권, 의회 해산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이탈리아 의회가 똑같은 권한을 갖는 상원과 하원으로 나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권력이 분산된 탓에 총리는 의회의 눈치만 보다가 1∼2년 안에 교체되는 것이 패턴처럼 돼 버렸다.

멜로니 내각이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 수립 이래 68번째 내각이라는 점만 봐도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정이 얼마나 극심한지 엿볼 수 있다.

멜로니 총리는 안정적인 정부를 꾸려가려면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가능한 한 최대한의 합의를 통해 개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합의가 없으면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헌하려면 상하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은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한다.

상·하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확정 국민투표(confirmatory referendum)를 실시해야 한다.

2016년 당시 총리였던 마테오 렌치는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을 고쳐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렌치 총리의 개헌안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지만,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표 차로 부결됐고, 그는 결국 국민투표 완패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야당인 오성운동(M5S)과 민주당(PD)은 멜로니 총리의 개헌안 제안을 반기지 않았다.

오성운동 당수인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당수는 멜로니 총리와 면담한 뒤 대통령제 개헌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