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서 러 지지하거나 중립…"미국에 휘둘림 없는 협력 강화"
러 외무, 쿠바·브라질 등 남미 4개국 순방…'반미 우방' 챙기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7~21일 닷새 동안 남미 국가들을 순방한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16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방문국은 브라질,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이라고 외무부는 소개했다.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은 순방 기간 방문국 외무장관들과 회담하고, 현지 국가 최고지도자들을 예방하는 등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은 정치, 경제·무역, 교육, 문화 등의 여러 분야에 걸친 해당국들과의 상호 유익한 협력 강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유엔 헌장을 중심으로 한 국제법적 기반 강화 문제도 논의의 중심에 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러시아에 남미는 우호적인 지역이며, 다극적 세계 체제 구축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 지역과 역동적 대화를 유지하고, 어떠한 외부(미국)의 전횡에도 휘둘리지 않는 건설적 협력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서방 대치 국면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남미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라브로프 장관의 순방 목적이란 설명이었다.

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들인 베네수엘라, 쿠바, 나카라과는 모두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으며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

세 나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두둔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침공 전쟁 개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행위가 세계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1960년대 공산주의 체제를 채택한 쿠바는 냉전 시절부터 러시아의 우방이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를 방문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러시아와 쿠바 양국이 부당한 제재를 받는것은 세계의 많은 부분을 조종하는 '양키 제국'(미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세워진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2016년 11월 사망) 기념 동상 제막식에 디아스카넬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카스트로 때부터 이어져 온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니카라과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철군을 요구하는 지난 2월 유엔 결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등 러시아 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은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올해 1월 재집권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룰라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의 여러 차례에 걸친 무기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서 대신 평화를 중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회담한 룰라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기기를 그만둬야 한다"며 미국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러 외무, 쿠바·브라질 등 남미 4개국 순방…'반미 우방' 챙기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