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언론 통제 강화…야권, 강력 반발
방글라, 인플레이션 지적 기사 쓴 기자 체포…"가짜 뉴스"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과 언론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관련 기사를 쓴 유력 신문기자를 체포했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유력 신문 '프로톰 알로'에 소속된 샴수자만 샴스 기자가 전날 수도 다카 인근 자택에서 당국에 체포됐다.

아사두자만 칸 방글라데시 내무부 장관은 샴스 기자는 독립기념일인 지난 26일 보도된 기사와 관련해 체포됐다며 "해당 기사는 거짓이고 허구이며 작성 동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샴스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국가의 독립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쌀을 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힘든데 자유가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 한 날품팔이를 인용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방글라데시 매체는 기사에 첨부된 사진이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경제는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상당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8월 이후 7개월 연속 8% 이상을 기록 중이고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7억달러(약 6조1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도 받기 시작했다.

칸 장관은 이와 관련해 샴스 기자의 기사가 경제의 어떤 부분에 대해 거짓 보도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당국은 샴스 기자의 체포에 디지털 보안법을 적용했다.

이 법은 잘못된 정보 전달, 인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에 제정됐지만 당국의 반대 목소리 탄압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현지 싱크탱크에 따르면 언론인 280명 등 약 3천명이 이 법에 따라 체포됐다.

야권은 샴스 기자의 체포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사무총장인 미르자 파크룰 이슬람 알람기르는 "샴스 기자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는 그를 조건 없이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해 12월 폭동 선동 혐의로 BNP의 지도부 2명을 체포하는 등 최근 야권 옥죄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BNP가 20년 넘게 발행하던 매체도 폐간시켰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156위)보다 낮은 162위를 기록할 정도로 언론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이다.

1996∼2001년 첫 총리직 수행에 이어 2009년부터 3차례 총리 연임에 성공한 하시나 총리는 차기 총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나 총리는 지난 재임 기간에 경제 발전, 로힝야족 난민 수용 같은 외교 정책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독재에 가까운 통치로 비판도 받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