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중심 토후국' 아부다비 왕세자에 셰이크 칼레드
"걸프국 직계비속 세습 추세…수직적 중앙집권체제 강화"
UAE 통치자, 후계자에 맏아들 책봉…형제들에겐 주변 요직
아랍에미리트(UAE) 통치자가 맏아들을 후계자로 삼았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UAE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군주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62)은 자신의 장자인 셰이크 칼레드 빈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43)을 아부다비 왕세자에 책봉했다.

UAE를 이루는 7개 토후국(에미리트) 가운데 하나인 아부다비는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나라 전체에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치 중심지다.

아부다비는 1971년 독립국 수립 이후 연합 토후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배출하며 경제, 관광 중심지 두바이와 함께 UAE를 이끌어왔다.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의 이번 왕세자 임명은 경험이 더 많은 형제를 왕세제로 임명하는 대신 직계비속을 낙점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미국 싱크탱크 아랍걸프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크리스틴 스미스 디완은 "걸프 군주국들에서 보이는 패턴"이라며 "국가의 중앙집권 체제, 수직적 통치라인을 둘다 강화하는 데 적합하다"고 진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87) 국왕도 2015년 즉위한 뒤 노련한 방계혈족 대신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37)을 왕세자로 삼고 실권을 건넸다.

UAE 통치자, 후계자에 맏아들 책봉…형제들에겐 주변 요직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은 작년 5월 사망한 셰이크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에게서 아부다비 군주,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그는 셰이크 칼레드에게 정보, 경제, 행정 등을 아우르는 안보 요직을 맡겨 에너지 부국 UAE의 미래를 주도할 역량을 키우도록 관리해왔다.

디완 연구원은 "셰이크 칼레드가 석유, 경제, 행정에서 리더로서 경험을 갖도록 다양한 직위에서 권한이 강화돼왔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에 따르면 알 나흐얀 가문은 순자산이 최소 3천억 달러(약 39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 부자 가문 가운데 하나다.

UAE는 진영구축이 선명해지는 세계 정세급변과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추세 속에 적응을 서두르고 있다.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 개입을 약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등 전통적 우방에 의존하는 안보가 흔들리는 상황에 집권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로 이란에 대항할 연대 결성을 주도하면서도 경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갈등완화를 위해 이란과도 계속 교류했다.

특히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한 신냉전 기류 속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심화하고 있다.

이날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은 또한 자신의 동생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52)을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셰이크 만수르는 두바이 군주로서 총리와 부통령을 맡고 있는 세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73)과 나란히 활동하게 된다.

셰이크 무함마드 대통령은 국가안보 보좌관인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54), 셰이크 하자 빈 자예드 알 나흐얀(57) 등 자신의 다른 동생들에게는 아부다비 부군주직을 맡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