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을 받은 외국 기업의 유럽연합(EU) 내 사업을 규제하는 EU의 '역외 보조금 규정'(Foreign Subsidies Regulation·FSR) 시행을 앞두고 미국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텔 등은 지난주 EU 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FSR 규정이 EU 내 인수·합병(M&A)과 공공 경쟁 입찰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번 서한에는 인텔과 레이시언, 시스코, 바스프, 파나소닉, 아스트라제네카, 지멘스, 바이엘 등 21개 다국적 기업이 서명했다.

지난 1월 발효된 FSR은 EU 바깥 기업이 정부·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 내 기업 M&A나 공공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이들 기업은 현재 FSR이 확인을 요구하는 항목을 점검할 시스템이 없는 상태라면서 규정이 변경되지 않으면 중요한 M&A 거래가 지장을 받거나 입찰 기업 감소로 공공입찰 절차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FSR이 요구하는 자료들이 너무 방대하고 균형이 맞지 않으며 다른 나라의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광범위하다면서 현재 상태로는 FSR 규정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행위가 규정 준수에 필요한 일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극히 복잡한 행정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FSR에 따르면 기업들이 외국에서 하는 공공 계약, 내는 전기·수도 요금은 물론 직원들이 받는 사회복지 혜택까지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FSR은 5천만 유로(약 704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EU 바깥의 기업이 최소 5억 유로(약 7천45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EU 기업을 인수할 경우 이를 EU 집행위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서 최소 400만 유로(약 563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2억5천만 유로(약 3천523억원) 이상 금액의 EU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할 때도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

아울러 규정이 본격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 집행위는 왜곡된 제3국 보조금이 개입됐다고 의심될 경우 직권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

오는 10월부터 신고 의무가 부과되며, 미신고 기업은 최대 연간 총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받고 M&A 계약 체결 금지·공공 조달 참여 제한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EU 집행위는 M&A·공공 조달 관련 신고 방법, 기한, 비밀정보 접근 등 구체적인 시행규칙 초안을 마련한 뒤 4주간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중반께 세부 이행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U '보조금 받은 외국기업' 규제에 美 인텔 등 기업들 반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