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유치 신청…카타르·사우디 개최 전망도
FIFA 조 추첨식 취소해…이유·새로운 날짜도 정하지 않아
반이스라엘 여론에 인니,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 위기
오는 5월부터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국이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나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U-20 월드컵 본선에 이스라엘이 포함되자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한 인도네시아에서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자 FIFA가 인도네시아의 개최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FIFA는 오는 31일 발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U-20 월드컵 조 추첨식을 취소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FIFA가 조 추첨식을 취소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새로운 날짜를 정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PSSI 측은 현지 발리 주지사가 정부에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이스라엘 여론이 강해 조 추첨 행사도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초 PSSI는 이스라엘 경기는 주로 발리에서 치르려 했다.

발리는 힌두교도가 다수여서 이스라엘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와얀 코스터 발리 주지사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리야 시누링가 PSSI 집행위원은 "이스라엘은 이번 대회 참가국이며 모든 참가국이 참석하지 않으면 추첨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반이스라엘 여론에 인니,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 위기
FIFA가 조 추첨식을 취소하자 유치권마저 박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성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이들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하자 FIFA가 이스라엘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해 개최국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FIFA에 인도네시아를 대신해 이번 U-20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는 요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 탈락한 상태여서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올해 말 열리는 17세 이하(U-17) 월드컵 개최국인 페루나 지난해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가 인도네시아를 대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축구계에서는 2030년 월드컵 개최를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치권을 따내려고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PSSI가 유치권을 반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PSSI 관계자를 인용해 협회 내부에서도 이런 반이스라엘 여론으로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축구 팬들 앞에서 망신당하느니 유치권을 반납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에릭 토히르 공기업부 장관 겸 PSSI 회장이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을 이유로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며 이스라엘과는 외교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이런 여론은 스포츠 행사와도 연결된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자국 스포츠 대회에 이스라엘 선수 입국을 거부하곤 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로 인해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번 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의 참가를 막지 않고 안전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달리 이슬람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이스라엘 여론은 강하기만 하다.

지난 21일에는 강성 이슬람 단체들이 대규모 이스라엘 보이콧 시위를 열고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이들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반이스라엘 여론에 인니,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 위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