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크라 외교전 전면 등장하자 미국 '긴장'
겉으로는 코웃음?…中 '우크라 협상론'에 美, 남몰래 속앓이
중러 정상회담을 지켜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하게 거론한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중재안'에 대해 겉으로는 코웃음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전쟁의 피로감 탓에 일부 국가가 이 중재안에 동의를 표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을 공개했다.

12개항으로 구성된 이 입장문에서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직접 대화와 휴전 등을 촉구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체로 관망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적극적인 외교적 개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시 주석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국의 평화 제안을 중요하게 거론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즉각 중국의 중재안에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항목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군 철수를 포함하지 않는 정전은 러시아의 점령을 사실상 재가하는 것이다.

무력으로 이웃나라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런 냉담한 모습과 달리 바이든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 통신에 "중국의 평화 중재안과 관련해 정부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의 전면에 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이상, 여기에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든 결국 중국의 목소리만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바이든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겉으로는 코웃음?…中 '우크라 협상론'에 美, 남몰래 속앓이
보니 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평화계획에 완전히 퇴짜를 놓는다면, 중국은 미국이 휴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린 연구원은 이어 "이번 중·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내놓든, 중국은 미국을 부정적으로 비치도록 만들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중재안을 국제사회가 일부 받아들일 가능성도 바이든 정부의 걱정거리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우방국들이 중국 중재안에 공감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중국과 가까운 국가라면 중국의 평화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중국은 사우디·이란의 화해무드를 중재하는 등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가 사실상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고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경제 규모가 큰 인도·브라질 등은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중국 중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 저울질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존슨 중국전략그룹 회장은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중국이 '미국의 조건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도록 노력해왔지만,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조건대로' 관여하고 있다"며 "아마 이것 때문에 바이든 정부 내에서 약간의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