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우크라전 후 대치 심화…양측 간 발화점 될 가능성"
러시아-서방 '화약고' 흑해…"드론 충돌로 통제불능 위험 커져"
러시아와 서방의 '화약고'로 불려 온 흑해 상공에서 미국 무인기(드론)와 러시아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으로 이곳에서 통제 불능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흑해가 미국과 유럽의 우방국들이 러시아와 그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과 오랫동안 대치해온 대결의 장이었으며, 양측 사이의 이런 역학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심화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NYT는 러시아 공군이 미국 무인 정찰기를 추락시킨 것이 흑해가 우발적으로든 아니든 충돌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이 일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여러 국가들에 분명하게 상기시키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GMF)의 이언 레서 부회장은 "흑해 상황은 항상 복잡했고 여전히 그러하지만 지금은 위험이 훨씬 커졌다"며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흑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루마니아·불가리아와, 우크라이나·조지아·러시아 등 모두 6개국이 해안선을 맞대고 있어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꼽혀왔다.

나토 회원국과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러시아 견제에 꼭 필요한 지역으로 여겨왔다.

반면 러시아는 흑해를 대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힘써왔으며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함으로써 흑해와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흑해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는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흑해와 다른 대양을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제하며 일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1936년 체결된 몽트뢰 협약에 따라 전시에는 대부분의 군사 수송에 대해 해협을 폐쇄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모든 군함의 두 해협 출입을 봉쇄했다.

하지만 두 해협 봉쇄로 군사용 선박의 흑해 출입이 금지됐음에도 흑해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움직임은 더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늘은 여전히 열려 있다보니 나토 회원국들은 흑해 상공과 주변에 대한 정찰 비행을 늘리고 러시아는 전투기로 힘을 과시하며 대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분석가 아르다 메브루토글루는 "전쟁 발발 후 흑해의 긴장은 명백히 증폭됐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과 러시아 어느 쪽도 상황이 악화하도록 놔둘 의향은 전혀 없어 보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무인기 충돌 사건이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레서 독일마셜펀드 부회장은 "이 사건은 흑해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대치와 긴장 고조의 가능성이 매일매일의 뉴스를 보고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