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협 물거품…진창 유지돼 탱크진격도 불발
러 접경 핀란드 나토가입…"겨울 승부 걸었지만 패배" 평가
푸틴 '동장군 작전' 실패…온난화 속 유럽 겨울나기 마무리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을 끊어 유럽을 혹독한 겨울 추위에 몰아넣음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꺾고, 러시아군의 공격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구상이 보기 좋게 실패했다.

'겨울 실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 속에 3월로 접어들며 사실상 유럽의 겨울나기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올겨울 추위에 기대를 걸었지만, 겨울 동안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겨울 동안 러시아군의 공격 위력이 더 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마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한발 더 다가서며 푸틴은 이번 겨울 오히려 계획에 차질을 빚은 셈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혹독한 겨울 추위로 이득을 봐 온 게 사실이다.

러시아는 추운 겨울을 원군 삼아 1812년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제2차 세계대전 와중인 1941년 소련 침공을 감행한 아돌프 히틀러의 군대를 격퇴한 전례가 있다.
푸틴 '동장군 작전' 실패…온난화 속 유럽 겨울나기 마무리
푸틴 대통령은 역사의 고비 때마다 이처럼 러시아에 우호적인 역할을 한겨울 추위가 이번에도 러시아에 아군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러시아산 가스가 끊긴 유럽에 맹추위가 닥치면 유럽이 결국 두 손을 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둘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또한 강추위는 러시아 탱크의 진격을 막는 우크라이나의 악명높은 진창을 딱딱하게 굳혀 러시아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도 봤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마크 카츠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교수는 "푸틴의 구상은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았다"며 "유럽엔 강추위가 찾아오지 않았고, 러시아군의 공격은 위력을 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초겨울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은 천연가스를 무기화한 러시아의 위협 속에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나기를 걱정했으나, 막상 한겨울로 들어서자 크게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며 당초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입증됐다.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등 유럽 곳곳에서는 한겨울인 1월의 낮 기온이 섭씨 20도에 육박해 관측 이래 최고를 찍기도 했다.

알프스산맥을 낀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지의 스키 휴양지들은 온화한 날씨로 오히려 눈이 오지 않아 애를 태울 정도였다.
푸틴 '동장군 작전' 실패…온난화 속 유럽 겨울나기 마무리
미군 퇴역 소령이자 미 싱크탱크 매디슨 정책포럼의 시가전 전문가는 존 스펜서는 "온갖 기술에도 불구하고 토양과 날씨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전쟁이 시작된)작년 2월에 그러했듯 이제 (봄이 오면서 우크라이나 땅에)진창이 되돌아올 것이고, 이는 러시아군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이 당초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나토의 확장 저지를 들었지만, 올 겨울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진전된 것도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중립국을 표방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위협을 우려하며 나토 합류를 결정한 뒤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카츠 교수는 "핀란드가 나토 가입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스웨덴도 그럴 것"이라며 "핀란드의 나토 가입만으로도 러시아의 나토와의 국경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핀란드와 러시아는 1천300㎞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카츠 교수는 그러나 이번 겨울 푸틴 대통령에게 나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중국과 인도, 다른 비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를 계속 사고 있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공화당 반대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빠르게 승리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고, 러시아와 러시아의 우방이 우크라이나측 동맹보다 더 끈질기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며 "다음 겨울은 (이번 겨울보다) 훨씬 더 추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펜서 전 소령은 "푸틴은 이번 겨울에 승부를 걸었고, 패배했다"고 말해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러시아 장성들은 봄 공세에 승부를 걸은 것 같고, 우리는 그것(동부 바흐무트 등지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