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반대 목소리 억압 시도"…작년 12월에는 야권 인사 체포
방글라 정부, 유력 야권 신문 폐간…총선 앞두고 여론 통제 강화
방글라데시 정부가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이 20년 넘게 발행하던 매체 '다이니크 딘칼'('일간 그날'이라는 뜻)이 이날부로 폐간됐다.

다이니크 딘칼이 작년 12월 수도 다카 당국에 의해 내려진 폐간 명령에 대해 정부 언론 심의회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다.

이 신문의 편집장인 샴수르 라흐만 시물 비스와스는 "언론 심의회가 19일 다카 당국이 내린 폐간 명령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언론 심의회는 신문 발행인인 타리크 라흐만이 범죄를 저질렀고 자신의 직책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지 않은 채 외국에 머물렀다고 폐간 명령 인정 이유를 밝혔다.

라흐만은 BNP의 총재 대행이며 칼레다 지아 전 총리의 아들이다.

그는 지아 전 총리가 실각한 후 2008년부터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으며 부패, 테러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현재 방글라데시 언론 대부분은 친여 성향을 띠고 있으며 다이니크 딘칼은 야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거의 유일한 매체로 평가받아왔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가니스탄(156위)보다 낮은 162위를 기록할 정도로 언론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이다.

방글라 정부, 유력 야권 신문 폐간…총선 앞두고 여론 통제 강화
언론 심의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언론노조 두 곳은 성명을 내고 "반대 측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조치"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일부 언론인은 다카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폭동 선동 혐의로 BNP의 사무총장 등 지도부 2명을 체포하는 등 야권 옥죄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권은 지난 여러 총선에서 노골적으로 부정 투표가 이뤄졌고 언론 통제와 인권 탄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991년 이후 지아 전 총리가 이끄는 BNP와 현 여당 아와미연맹(AL)이 번갈아 가며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지아는 1991∼1996년, 2001∼2006년 총리를 역임했고, 하시나는 1996∼2001년 첫 총리직 수행에 이어 2009년부터 3차례 총리 연임에 성공했다.

하시나 총리는 재임 기간에 경제 발전, 로힝야족 난민 수용 같은 외교 정책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독재에 가까운 통치로 비판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