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비판적 목소리…라트비아 옮겼으나 "규정 위반" 지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라트비아로 본거지를 옮겨 방송을 해온 러시아의 독립 방송 매체 도시티(TV레인)가 현지 당국으로부터 채널 허가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로이터·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BBC방송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서 쫓겨난 독립매체, 라트비아 망명해서도 수난
보도에 따르면 라트비아 방송 당국은 "(도시티가) 8일부터 방송을 중단하게 된다"며 "누구나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라트비아 당국은 도시티가 방송 도중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의 일부로 묘사한 지도를 방송했다며 지난주 1만유로(약 1천38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 회사가 반복된 규정 위반으로 허가 취소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도시티는 얼마 전 한 앵커가 방송 진행 도중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러시아군을 "우리 군"이라고 칭해 논란이 일자 해당 앵커를 해고하고 "오해를 빚을 소지가 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티는 이번 라트비아 당국의 결정에 대해서는 "불공정하고 터무니없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케이블 채널은 중단하더라도 유튜브를 통한 방송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널 허가도 아직 이의 제기를 통한 재심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독립 방송 매체인 도시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오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 내 방송 환경이 더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라트비아로 이주해 현지 당국의 허가를 얻고서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방송을 계속해왔다.

과거 수십 년간 구소련의 일부였던 라트비아는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러시아 정부는 라트비아 당국의 도시티 허가 취소와 관련해 고소해 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림궁 대변인은 "일부 사람들은 집보다 좋은 곳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런 환상이 틀렸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서방이나 러시아 내 야권 세력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잇따랐다.

수감돼있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전쟁의 진실을 말해온 도시티에 대한 허가 취소는 푸틴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독립 매체에 대한 검열은 크렘린의 선전에 대항해온 싸움을 약화시킨다"고 밝혔다.

일부 서방 언론은 라트비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모종의 배경을 의심하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AFP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라트비아에서도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왔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라트비아는 전쟁 이후 라트비아어를 쓰는 다수 민족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 간 균열이 커졌다"고 소개했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에 비판적인 러시아 매체들이 속속 둥지를 틀어온 곳이다.

독립 인터넷 매체인 메두자는 이미 2014년부터 본사를 라트비아에 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도시티와 신문사 노바야 가제타 등 비판 성향의 여러 매체들이 이곳에 편집국을 마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