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서 한밤중 응급실 찾은 부모 사연에 공감 댓글 수십개
아기 열 40도까지 올라 응급실 갔더니 "6~10시간 기다리세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 사는 조르자와 그녀의 남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0개월 된 아기를 안고 소아 응급실을 찾았다.

아기는 사흘 전부터 고열과 기침에 시달렸다.

주치의와 예약을 잡고 싶었지만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해열제를 먹였음에도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가자 놀란 부부는 축 처진 아기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그런데 접수에만 2시간이 걸렸다.

간신히 접수를 마친 부부에게 간호사는 대기자가 많아서 6∼10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로 꽉 찬 대기실에는 빈 의자도 없어서 부부는 차가운 병원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다리는 사이, 아기는 다행히 열이 내렸고, 밤 10시에 응급실에 도착한 부부는 다음 날 새벽 2시에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르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응급실은 꼭 필요한 사람만 가야 한다는 건 알지만 부모로서 아기가 며칠 동안 40도 고열에 시달리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며 "고열이 감기 때문이 아니라 수막염 등 심각한 질병 때문일 수도 있지 않으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일 조르자가 트위터에 올린 해당 사연에는 비슷한 경험담이 줄줄이 댓글로 달렸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예약을 잡고 진료를 받은 뒤 전문의 진료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경우에만 환자가 전문의를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주치의 한 명이 워낙 많은 사람을 담당하다 보니 주치의를 만나는데 보통 1주일 이상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위급한 환자의 경우에는 응급실을 찾는데, 응급실에선 경중에 따라 빨강, 노랑, 초록, 흰색 등급을 매긴다.

도착 순서와 상관없이 급한 환자(빨강, 노랑)부터 치료를 받게 되니 조르자의 아기와 같이 초록 등급을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긴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이탈리아 응급실은 알아서 괜찮아져서 나오는 곳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기 시간이 길기로 악명높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이탈리아는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4명(202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보다 높지만 소아과·외과 등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의 경우에는 의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이탈리아를 떠난 의사 수가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이탈리아에선 의료 인력의 해외 유출이 몇 년 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탈리아 의사들이 고국을 등지고 더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영국, 스위스 등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조르자는 "응급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날 하루에만 의사 한 명이 환자 150명을 돌봤다고 하더라"며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