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이후 러 망명신청자 급증…10월에만 3천800여명 국경 넘어
"타 국가 출신 대비 수용소 이송 많아…수개월째 갇힌 사람도"
전쟁 피해 왔는데…"러 반전 활동가들, 美서 열악한 구금 생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기 위해 미국 땅을 밟은 러시아 활동가들이 열악한 수용소에 내몰리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회계연도 기준 러시아인 2만1천763명이 망명을 위해 미국 남부 국경을 넘었다.

10월 한 달만 쳐도 3천879명이 미국을 찾았다.

2020년만 해도 467명에 불과하던 러시아 이민자 수가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자국에서 인종, 지역, 국적,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박해받는 활동가들에게 망명 신청 기회를 주고 있다.

최근 몇 달간 러시아 망명 신청자 비율이 크게 늘어났고, 일부는 수개월째 수용소에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수용소에 보내진 러시아 활동가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거나 망명 신청에 필요한 입증 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도 그만큼 낮다.

샌프란시스코 이민 전문 변호사 스베틀라나 카프는 "다른 국가 출신과 비교하면 러시아인들이 더 많이 수용소로 보내진다"고 지적했다.

반정부 활동으로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 4월 러시아를 떠난 한 부부 활동가는 미국 땅을 밟자마자 각자 다른 수용소로 보내져 6개월 간 떨어져 생활해야 했다.

망명 심사 과정에서도 증거가 담긴 노트북과 휴대폰을 당국에서 돌려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당했다고 한다.

남편인 보리스 셰프추크는 "러시아와 비슷한 곳에 오려고 러시아를 떠난 셈"이라고 한탄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8월 이들에 대해 심사를 진행한 이후 각각 1만5천달러(약 2천만원)의 보석금을 내면 풀어주겠다고 통보했고, 10월에야 보석금을 각 1만달러로 낮추면서 부부는 풀려났다.

루이지애나 교외 이민자 수용소에 5개월간 수감된 올가 니키티나는 "그들은 우리를 쓰레기로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남편도 뉴욕 바테이비아 수용소에 분리 수감됐다.

수용소에 억류된 또 다른 활동가인 이반 소콜로프스키는 최근 망명 신청을 거절당했다며 강제 추방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은 미국 이민자 수용소의 장기구금과 의료 실태, 이민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처우 등에 대해 수년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

ICE는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지는 않았으나 구금된 망명 신청자들의 보건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립 수용소를 운영하는 기업 GEO그룹도 시설에서 24시간 의료 서비스는 물론 법률 프로그램과 변호사 무료 통화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