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낵 총리 취임 계기로 으르렁대던 영국-프랑스 관계 개선 주목
영국 약 1천억원 지급…영불해협 통한 밀입국, 구체적 감축목표 제시 거부
프랑스, 북부해안 경비 강화…영국과 불법이주 대책 마련(종합)
영국과 프랑스가 양국 갈등의 근원으로 꼽혀온 불법 이주 억제 대책을 마련했다.

프랑스가 북부 해변을 순찰하는 인력을 40% 늘릴 수 있도록 영국이 2022∼2023년 7천220만유로(약 987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부 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이러한 내용의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프랑스는 칼레와 케르크에 350명이 넘는 군 경찰과 경찰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AFP,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양국은 아울러 프랑스 북부 해안에서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가려는 이주민을 포착할 수 있도록 기술과 인력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취약 시간대에도 해협을 건너려는 시도를 제지할 수 있게끔 폐쇄회로(CC)TV와 드론, 야간 투시경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영국 경찰과 프랑스 경찰이 함께 불법 이민을 주선하는 조직을 찾아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협정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삐걱거려온 양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영국은 프랑스가 영국으로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해왔고, 프랑스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전 총리 때와 다른 분위기가 읽히고 있다.

수낵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이집트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불법 이주 통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나는 양국 정상은 내년 초 국방을 주제로 양자 회담을 연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영불해협을 통한 불법 이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수낵 총리도 불법 이주가 줄어들 것임을 확신한다면서도 한가지 해법으로 이 상황을 해결할 순 없으므로 앞으로 프랑스와 더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 역시 이번 조치로 불법 이주를 얼마나 줄이겠다고 목표를 정하는 것은 거부했다.

영국은 영불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 문제로 큰 골치를 앓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들어온 불법 이주민이 4만885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엔 연간으로 2만8천561명이었다.

알바니아인이 2020년 50명에서 올해 들어 1만2천명으로 급증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밀입국이 급증하면서 최근 켄트의 수용 시설이 과밀화되고 난민 신청자들의 주거비 지원 부담이 커지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난민 신청자 숙소 비용으로 하루 700만파운드(약 110억원)를 지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난민 신청자 중 4%만 처리가 됐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6월 말 기준 10만3천명이 난민승인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켄트 수용시설 정원은 1천600명인데 한 때 4천명이 머물렀으며 지난주에는 디프테리아 발병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