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시 주석의 방문 일정이 잠정적으로 12월 둘째주로 잡혔다고 전했다.

"미·사우디 관계 악화는 중에 기회?…시진핑 연내 사우디 방문"
또 양국이 시 주석과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간 세부 회담 일정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확인 요청을 받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공유할 정보는 없다고 말했으나 사우디와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협력을 강화할 의지는 확인해줬다.

이 회담이 열리면 중국과 사우디 양국 간 관계 심화뿐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패권을 차지해온 중동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저널은 평가했다.

특히 지난달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대규모 감산 결정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다.

미국은 석유 감산 결정이 러시아에 이익을 안겨주는 행위라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해온 사우디를 비난했으나 사우디는 순수하게 경제 논리에 의한 것이라고 맞서면서 과거처럼 특정 강대국에 줄을 서기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연구원은 "사우디 입장에서는 좀 더 다면적인 관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그들은 동양에서 미래를 본다"고 말했다.

과거 사우디는 미국에 하루 200만 배럴이상의 원유를 팔았으나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로 원유 수출국이 되면서 최근에는 판매량이 50만 배럴 아래로 줄어들었다.

반면 현재 사우디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 됐다.

"미·사우디 관계 악화는 중에 기회?…시진핑 연내 사우디 방문"
최근 집권 3기 출범으로 정치적 지위를 공고히 다진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 다른 중동 국가 지도자들과도 만나 각종 협정을 맺으면서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저널은 전했다.

중국과 사우디의 공식 관계는 1990년에 시작돼 주로 석유 거래에 제한됐으나 최근에는 무기 판매, 아람코 지분 매각 논의 등으로 확대돼왔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핵확산 우려로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는 달리 사우디의 탄도 미사일 제조와 우라늄정광 제조 시설 건설도 도왔다.

다만 중국은 중동에서 미국의 광범위한 역할을 대체할 능력이나 관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으며 사우디도 핵심 안보 후원자 미국을 대체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중국과 걸프만 국가의 관계를 연구해온 조너선 풀턴 박사는 "사우디는 아직 중국과 주로 업무적인 관계이지만 워싱턴에 불쾌한 신호를 보내기 위한 대비책 이상으로는 관계가 성장했다"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미국의 중동 외교 정책 변화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