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곳곳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AP,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키이우에서는 이날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 이후 10여 차례 폭음이 들리고,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공습 사이렌은 3시간가량 울렸고, 공습경보 문자 메시지도 발송됐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지역의 에너지 시설이 손상돼 35만 가구가 정전됐으며, 해당 시설의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역은 물 공급이 끊어지고 휴대전화 통신망이 끊겼다.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는 장기간 단전 가능성도 있다고 시 당국이 주민들에게 알렸다. 시 당국은 키이우 외곽 지역에 장기간 단전 가능성도 있다고 알렸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1명이 다치고 주택 여러 채가 파손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동북부 하르키우에서도 핵심 기반시설이 두 차례 공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 남부 자포리자에서도 러시아의 공습으로 일부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역 관계자들이 전했다.

동남부 체르카시와 중부 키로보흐라드에서도 에너지 등 주요 기반시설이 손상됐다. 서부 빈니차에서는 격추된 미사일이 민간 건물에 떨어져 건물이 손상되기도 했다.

폴타바주는 중부 도시 크레멘추크의 수력발전소가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일부 지역에서 정전으로 철도 교통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가 또다시 우크라이나 다수 지역의 전력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며 이로 인해 긴급 정전 조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카스피해 북쪽과 로스토프주 볼고돈스크의 러시아 영공에서 투폴레프(TU)-95, 투폴레프(TU)-160 전략폭격기가 50여 기의 X-101, X-555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이 중 44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전장에서 싸우는 대신 민간인과 싸운다"며 "이런 공격을 '대응'이라고 정당화해선 안 된다. 러시아는 민간인을 공격할 미사일과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 8일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0일부터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기반 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 수십 명이 사망하고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의 약 40%가 파괴됐다.

러시아는 지난 29일에는 크림반도에 주둔한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