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14년전 영화 '다크 나이트' 재상영 무산된 까닭은(종합)
2008년 개봉한 할리우드 배트맨 시리즈의 '다크 나이트'가 이달 홍콩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1일 전했다.

블룸버그는 '다크 나이트'가 오는 27일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홍콩의 한 야외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전날 행사 주최 측이 영화표 구매자들에게 "홍콩 당국의 지시에 근거해" 상영 취소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극장 측은 상영 취소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며, '다크 나이트'를 대신해 '아이언 맨'이 상영될 것이고 환불도 가능하다고 고지했다.

블룸버그는 홍콩에서 '전영(영화)검사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지 1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지난해 10월 통과된 해당 개정안은 당국이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에 따라 홍콩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이더라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게 됐다.

또 검열관은 영장 없이 영화 상영 장소를 수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상물 불법 상영에 대한 처벌이 기존 벌금 20만홍콩달러·징역 1년에서 벌금 100만홍콩달러(약 1억8천만원)·징역 3년으로 강화됐다.

'다크 나이트'는 홍콩에서 일부 촬영이 진행됐으며 배트맨이 한밤중 홍콩의 대표 고층빌딩 꼭대기에 서 있는 장면 등이 들어가 있다.

물론 과거 홍콩에서 개봉도 했다.

다만 영화에는 중국인 사업가가 불법 자금 세탁자로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그가 홍콩으로 달아나자 배트맨이 잡으러 쫓아간다.

이런 이유 탓인지 '다크 나이트'는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았다.

2008년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당시 '다크 나이트' 제작사 워너브라더스가 "여러 개봉 전 조건과 영화의 일부 요소에 대한 문화적 민감성"을 언급하며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극장 측은 블룸버그에 '다크 나이트'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기 때문에 야외 상영으로 부적합하다는 정부의 권고가 있어 상영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한 논의를 거쳐 상영이 취소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월 홍콩 당국은 대만 금마장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단편 애니메이션 '암방야공'(暗房夜空·Losing Sight of a Longed Place)이 한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을 금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7년 선보인 이 애니메이션에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관련 장면이 1초 들어가 있다.

'암방야공' 제작진은 당국이 원하는 대로 편집한 상영본 제출을 자신들이 거부하자 상영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이 정확히 어떤 장면을 편집하라고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