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공제 적용 안돼…과거 메타에 차별 문제로 소송 벌였던 ACLU에 쾌척

미국에서 초대형 사회 이슈가 된 '낙태권 확보'를 위한 정치운동에 써 달라며 셰릴 샌드버그(53) 전 메타플랫폼 최고운영책임자(COO)가 300만 달러(42억6천만 원)를 기부했다.

미국의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전했다.

샌드버그도 본인 계정으로 앤서니 로메로 ACLU 사무총장(Executive Director)과 대화하는 영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샌드버그가 낸 기부금은 ACLU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자유 센터(Ruth Bader Ginsburg Liberty Center)에 전달돼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 확보를 위한 공직선거 후보 지지 운동, 주민투표 운동, 각 주(州) 법원에서의 관련 소송, 주 의회 입법청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샌드버그는 지난주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의 COO 자리에서 14년 만에 물러나 현재로선 회사 등기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샌드버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올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내린 낙태권 폐기 판결을 '끔찍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 나라의 여성 중 (낙태가 금지된 주에 거주하는) 3분의 1이 넘는 이들이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권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에서 낙태권을 연방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인정한 후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 판례와 법리를 40년 가까이 유지했으나, 올해 6월 판결로 이를 뒤집고 주별로 낙태권에 관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샌드버그 전 메타 COO, 낙태권 확보 운동에 42억6천만원 기부
이에 따라 미국의 50개 주 중 17곳에서 임신중절에 심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전면 금지된 곳이 13개 주, 부분 금지된 곳이 3개 주이며 위스콘신주에서는 법적 불확실성 탓에 의료기관들이 임신중절을 중단한 상태다.

샌드버그는 "주별로 이뤄지는 임신중절 금지 조치가 여성의 건강과 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관한 결정을 내릴 권리에 극심한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의 딸 셋을 내가 갖고 있던 것보다 더 적은 권리를 가진 상태로 대학에 보내게 될 것으로 생각하니 믿을 수 없다"면서, "임신중절 권리가 (올해 6월 대법원 판결 이후로) 전국적으로 (연방 차원에서) 보호되지 않으므로, 우리는 이번 투쟁을 각 주와 지방선거로 들고 가서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샌드버그는 자신의 어머니 세대 여성들이 임신중절 금지조치로 겪어야 했던 위험과 비참함을 설명하면서 "우리 어머니들의 과거가 우리 딸들의 미래가 될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빼앗긴 권리를 다시 찾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샌드버그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선 "내가 메타를 떠나고 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바라보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에 헌신하고 싶은지 지켜보고 있는 지금, 이것(낙태권 확보 운동)은 우리가 여성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매우 근본적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은 지금이다.

주 단위 선거가 지금 치러지고 있고, 다음 (선거) 주기는 고작 2년 뒤"라고 덧붙였다.

로메로 ACLU 사무총장은 샌드버그의 기부금이 낙태권 확보를 위한 ACLU의 정치운동 부문이 지금까지 받은 기부금 중 사상 최대 액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송을 통해 이런 난장판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으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당분간 주 단위의 낙태권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더해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연방대법원 판례로 다시 확립하기 위한 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샌드버그는 이번 기부가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도 거액을 쾌척했다.

샌드버그의 이번 기부는 정치운동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ACLU 재단 자체에 기부한 경우와는 달리 세금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샌드버그가 COO이던 2018년 ACLU로부터 "페이스북이 유료 광고 상품의 노출 대상을 정할 때 연령·성별·인종에 따른 차별을 한다"는 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샌드버그는 로메로 등 ACLU 관계자들과 협의해 2019년 합의로 소송을 종결했으며, 그 결과 페이스북의 관행을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