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탈리아 극우정권 출범에 "이민자들 도와야" 호소
이탈리아 총선에서 반(反)이민 공약을 내건 극우 정권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난민과 이민자를 도울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남부 마테라시(市)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하면서 "이민자들은 환영받고, 함께 가고, 지위가 높아지고, 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이 가톨릭 교회가 기념하는 세계 이민자와 난민의 날이란 점을 언급하면서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이민자와 난민이 존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한다는 우리의 의지를 새롭게 하자"고 말했다.

이어 "그들과 함께 신의 왕국이 배제되는 이 없이 실현되길 빈다"면서 "우리는 우리 공동체가 경제적, 문화적, 영적으로 성장하고 번성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이들 '형제·자매'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실시된 이탈리아 조기총선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출구조사에서 반(反)이민 등을 내세운 우파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 상황을 고려할 때 교황의 이날 메시지는 명백히 이를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해석했다.

교황, 이탈리아 극우정권 출범에 "이민자들 도와야" 호소
이탈리아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를 필두로 한 이탈리아 극우 세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반이민과 반유럽통합 등을 핵심 주장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멜로니 대표는 "이민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지중해에서) 그들을 구조하는 선박들을 침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 인물로, 본인이 집권한다면 이탈리아행 이민선을 막기 위한 해상봉쇄를 시행할 것이라고 공약한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한 이래 기회 있을 때마다 이주민 문제를 언급하며 포용과 공존을 촉구해왔다.

한편, 전날 이탈리아 아시시 지역을 방문한 뒤 이날은 마테라에서 미사를 집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로한 모습을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교황은 올해 들어 무릎 통증으로 걷거나 서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해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