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회 2월 보고서 "어렵다" 주장에 "속도 설정 틀려" 반박 나와
학회, 보고서 오류 인정…"외부 전문가 조사 거쳐 수정본 게재"
美 향하는 北미사일, 드론으로 격추 가능?…물리학계 공방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에 띄운 드론으로 격추할 수 있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미국 물리학계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쟁은 미국 물리학회가 프레더릭 램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를 포함해 물리학자와 기술자 13명이 쓴 54쪽 분량의 '탄도미사일 방어' 연구 보고서를 2월 출간하면서 시작됐다.

저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드론으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는 방안을 분석해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보고서를 국방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부 관료와 의회 등에 보냈다.

하지만 이른바 '드론 격추안'을 제시했던 저명한 원로 물리학자 리처드 가윈 박사와 시어도어 포스톨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보고서 내용에 강하게 반발했다.

두 사람은 2017∼2018년 논문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동해를 떠도는 드론이 화염을 추적할 수 있는 물체를 발사해 격추한다는 안을 구체화했다.

1951년 수소폭탄을 설계해 과학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가윈 박사는 NYT에 "보고서의 모든 것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두 학자는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들이 드론 요격체의 속도를 '초당 5㎞ 이상' 대신 '초당 4㎞ 이하'로 잘못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차이는 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군사 작전에서는 결말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론이 195초 동안 비행한다면 이동 거리를 계산했을 때 160㎞ 이상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학자는 이 같은 견해를 보고서 저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저자들은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을 제안했다.

이에 미국 물리학회는 5월 보고서를 특별한 이유 없이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현재는 누리집의 출판물 항목에서 해당 보고서를 찾으면 표지 아래에 "보고서에 기술적 오류가 있다.

저자들은 오류를 수정하고 있으며, 수정본은 게재 전에 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받게 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미국 물리학회가 이처럼 오류를 인정한 것은 123년 역사상 최초라고 NYT는 전했다.

美 향하는 北미사일, 드론으로 격추 가능?…물리학계 공방
다만 물리학회는 보고서 수정에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물리학과 교수인 프랜시스 헬먼 물리학회장은 "정부와 의회를 비롯해 중요한 기관에는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개인적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보고서의 진실성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한다"며 "수십 명의 전문가와 사회 관계자가 얽혀 있기 때문에 오류 제거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필자인 램 교수도 "최악의 상황은 무언가를 고치려다 또 다른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물리학계는 이전부터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방어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미사일 요격은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가윈 박사와 포스톨 교수의 제안은 학계에서 전통적인 미사일 방어 방법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에 드론 격추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