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흐 영유권 두고 2년 전 전면전 뒤 다시 이틀 격전
아제르 침묵…아르메니아 수도에선 야권 휴전반대 시위
"아르메니아·아제르 휴전 합의"…150여명 사망 교전 뒤
옛 소련 국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이틀간의 격렬한 전투 뒤에 휴전에 합의했다고 아르메니아 측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안보회의 서기 아르멘 그리고랸은 이날 "국제사회의 참여 덕에 양국이 14일 오후 8시(한국시간 15일 오전 1시)부터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영유권 문제를 두고 2020년에도 전면전을 치른 바 있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군대는 13일 새벽부터 국경 지역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었다.

이날 교전으로 아르메니아 군인 105명, 아제르바이잔 군인 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을 개시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2년 전의 전면전 양상이 재개될 것을 우려한 러시아, 터키, 유럽연합(EU), 미국 등 관련국들이 서둘러 중재에 나서면서 일단 휴전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아직 휴전 합의와 관련해 아무런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어 합의가 이행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르메니아에서도 휴전과 평화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야권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수천 명의 야당 지지자들은 14일 밤 수도 예레반 중심가로 쏟아져 나와 니콜 파시냔 총리가 아제르바이잔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며 조국을 배반했다면서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아르메니아 야당은 파시냔 총리와 그의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시냔 총리는 앞서 이날 의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불법 장악한 아르메니아 영토에서 철수하면 향후 체결될 평화조약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적 통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또 아르메니아의 지속적 평화와 안보를 얻을 수 있다면 평화조약에 서명하길 원한다는 말도 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이 같은 파시냔 총리의 발언을 오랜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 전쟁에서 친(親)아르메니아계 자치 정부가 장악하고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의 대부분 지역에서 아르메니아 세력을 몰아내고 해당 지역을 장악했다.

양측 교전으로 약 6천600명이 사망한 이 전쟁은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마무리됐다.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5년간 나고르노-카라바흐에 2천 명 규모의 평화 유지군을 배치했다.

이후로도 이 지역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되다가 이번에 또다시 대규모 희생자를 낳은 무력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모두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는 2020년 전면전을 중재한 데 이어 이번에도 정치·외교적 분쟁 해결을 촉구했었다.

"아르메니아·아제르 휴전 합의"…150여명 사망 교전 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