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바이든 행정부 성토…美언론 "펠로시 방문 못막은 좌절감인 듯"
"의회는 정부 일부, 외교정책 준수 의무 있어…中 대응은 비례적"
주미中대사, 美의원단 잇단 대만行에 격앙 "中 과소평가 말라"(종합)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친강 미국주재 중국대사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중국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친 대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중국은 수십 년에 걸쳐 미 의회의 대만 방문을 반대해왔다.

그런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의회는 미국 정부의 일부로, 독립적이지 않고 통제할 수 없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의회는 미 외교 정책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마키 상원의원의 대만 방문에 매우 실망하고 불만을 가지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것은 도발적이고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친 대사는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 "이런 토대 없이는 핵 안보와 관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들도 진행될 수 없다"라고도 말했다.

또 중국이 이달 초 단행한 미중간 협력 단절 조치를 뒤집을 즉각적인 계획이 없다면서 "손상된 양국 관계를 복구할 책임은 오롯이 워싱턴(미국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친 대사가 시종 격앙된 어조로 "너무 긴 장광설"을 쏟아냈다며, "그가 거의 90분에 걸쳐 회견하며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논평했다.

이 매체는 친 대사가 "중국 외교부가 승인한 듯한 성난 수사에 몰두했다"고도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또한 "친 대사가 중국의 외교적 개입으로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방지하지 못한 데 대한 개인적인 좌절감을 표출했다"며 "중국이 아직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유감을 조금도 '톤 다운'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에드 마키(민주당) 상원의원 등 미국 여야 상·하원 의원 5명은 15∼16일 대만을 방문했다.

지난 2∼3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중국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지 2주일도 안돼 미 의회가 보란 듯이 다시 대만을 찾은 것이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 방문 직후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무력 시위를 펼쳤고, 마키 의원 방문 이후인 15일에도 대만 주변 해·공역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미 정부는 의회의 대만 방문은 의회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미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무력 시위를 펼치는 중국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 의회 고위급 인사들의 대만 방문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고 역내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친 대사는 "우린 지금 펠로시 의장 방문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다루고 있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정부와 국민의 강력한 결의와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면서 중국의 대응은 비례적이었고 군사훈련은 "공개적이며, 투명하고 전문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