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관광객 급증에 제동…"내달부터 하루 100건만 접수할 것"
'러시아인의 유럽 관문' 핀란드, 러 관광비자 10%로 줄인다(종합)
핀란드가 내달 1일부터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현재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AFP·로이터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로선 서방의 제재로 하늘길이 거의 막힌 상황에서 국경을 맞댄 핀란드가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에 최근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수도 헬싱키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그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적에 따라 비자 발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관광비자 처리에 할당된 (대사관의)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한정적으로 발급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친척 방문이나 가족 만남, 취업, 학업 등을 위한 비자가 더 선호되고 더 많은 처리 시간이 주어질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정부는 현재 러시아에서 하루에 1천 건의 비자 신청을 받고 있으나, 앞으로는 하루 처리 건수를 500건으로 줄이고 그중 100건만 관광객에게 할당할 계획이다.

앞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럽에서 잔인한 침략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러시아인이 유럽을 여행하는 등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게 할 수는 없다"며 러시아인 대상 관광비자 발급 중단이나 축소를 시사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오가는 대부분의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자 러시아인들은 육로로 핀란드까지 이동한 뒤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에서 유럽 각지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해 왔다.

핀란드는 유럽연합(EU) 안에서 자유로운 통행을 허용하는 솅겐조약 가입국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코로나19와 관련된 국경 출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핀란드를 관문 삼아 서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여행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핀란드를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23만 명 이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달인 6월 12만5천 명에 비해서는 크게 증가했다.

이와 함께 핀란드는 유럽연합(EU)에 러시아와 맺은 비자 간소화 협정을 중단할 것을 발트 3국과 함께 제안할 예정이다.

이 협정이 중단되면 러시아인은 유럽 내에서 여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다만 핀란드는 러시아 정부 정책에 반대해 출국하려는 사람이나 취재, 변호 등의 목적으로 서방에 입국하려는 러시아인을 위해 '국가 인도 비자'(national humanitarian visa)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핀란드는 70여 년간 군사적 중립 노선을 지켜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러시아 관광객 유입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