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심리전…사이버공격·가짜뉴스로 대만 민심 흔들기
중국은 대만을 향해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교묘한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

대만 여러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어지고 있고 가짜뉴스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대만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민심을 흔들어 대만 통일을 위한 정지작업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반중 정서를 고취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심리전…사이버공격·가짜뉴스로 대만 민심 흔들기
◇ "8일간 가짜뉴스 유포 시도 272회 적발"…"영해 침범" 공방전도
대만 국방부는 지난 8일 "중국 공산당이 이달 1일부터 오늘 정오까지 대만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려는 시도를 272회 적발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도착을 앞두고 포착되기 시작한 가짜 뉴스는 펠로시 의장이 떠나고 중국군의 대만을 겨냥한 실탄 훈련이 시작한 4일 이후 본격화됐다.

대만 국방부 정치작전국 천위린 부국장은 "272건 중 130건이 군인과 민간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의 가짜 뉴스는 ▲군인과 민간인의 사기 저하(130건) ▲무력 통일 분위기 조성(91건) ▲대만 정부의 권위 공격(51건)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천 부국장은 "대만 타오위안 공항에 대한 미사일 공격, 중국 군함의 대만 동부해안 근접과 같은 가짜 뉴스가 소셜 미디어에 돌아다녔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으로 전쟁 전략이 특히 인지전(cognitive warfare) 영역에서 극적으로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군이 대만 영해를 침범했느냐 여부를 두고 중국과 대만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7일 중국 구축함 난징호가 대만 동부 화롄시의 호핑 발전소에서 11.78km 떨어진 곳까지 진입했다고 밝혔다.

영해의 기준인 12해리(약 22㎞)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어 관련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나 대만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중국 군함이 대만 영해에 진입했다면 그에 훨씬 더 공세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맞섰다.

역시 심리전의 일환이다.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중국군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강하게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만인에게는 안보 위기를 체감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대만은 '영해가 뚫렸는데도 강경 대응하지 않았다'는 여론의 지적에 대응하는 한편,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정권 비판론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심리전…사이버공격·가짜뉴스로 대만 민심 흔들기
◇ 정부기관부터 대학·편의점까지 사이버공격
대만 정부 기관이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실은 지난 2일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하기 몇시간 전 시작됐다.

당일 대만 총통부와 웹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으로 한때 먹통이 됐다.

이어 3일에는 대만의 여러 편의점 TV 화면에 '전쟁상인 펠로시는 대만을 떠나라'는 자막이 뜨는 일이 발생했다.

편의점 관계자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다가 손님이 결제하기 위해 다가오면 문제의 자막이 떴다"고 말했다.

이후 대만 외교부, 국방부, 타오위안 국제공항, 대만 철로관리국, 대만전력공사(TPC)의 웹사이트 또는 전산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한때 정상 작동이 되지 않았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7일에는 국립 대만대 교무처와 연구개발처 홈페이지에 빨간색 바탕에 금색과 흰색으로 쓰인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대학 측은 이 문구가 대만에서 사용하는 번체자(繁體字)가 아닌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簡體字)로 쓰였다는 점에서 중국발 해킹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중국의 심리전…사이버공격·가짜뉴스로 대만 민심 흔들기
이에 대만 당국은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의 사용 금지 확대에 나섰다.

선룽진 대만 행정원 부원장은 지난 5일 열린 정보안전회의에서 중국산 IT 제품의 사용 금지 범위를 정부 기관 및 정부 기관 관련 외부업체 등에서 공공기관 내 모든 장소로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선 부원장은 대만 철로관리국 산하 자산개발센터가 임대한 광고 송출용 디스플레이의 해킹 사례를 들면서 주의를 촉구했다.

◇ 공포 분위기 조성 vs. 반중 정서 고취
중국은 이러한 심리전을 통해 대만 사회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대만 통일론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대만 지방선거와 2024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을 무력,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전방위 공세로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과 차이잉원 총통의 기반을 흔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압박이 강화될수록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8일 전했다.

왕쿤이 대만국제전략연구회 회장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과 중국의 격앙된 반응은 차이 총통과 민진당의 인기를 끌어올리면서 2024년 총통 선거 등 향후 선거에서 민진당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 싱크탱크인 아시아태평양 엘리트교환협회의 왕진성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이 중국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던 1995∼1996년 3차 대만 해협 위기 때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중국은 8개월에 걸쳐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는 등 전쟁 위기감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왕 총장은 중국의 공세로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국민당과 대만민중당 등 야당은 입장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