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거래 건수·금액 최대…유조선 운임도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장기화로 중고 유조선의 몸값이 뛰고 운임도 상승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주요 선사들이 건조에 최대 3년이 걸리는 새 유조선보다는 중고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계 글로벌 선박 가치평가·해운시장 분석 전문기관인 베슬즈밸류(VesselsValue)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고 유조선 184척(거래금액 37억9천만 달러)이 거래돼 최소한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았다.

1∼7월 기준으로 2021년에는 168척, 2020년 81척, 2019년 120척, 2018년엔 107척이 거래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고 유조선 몸값 치솟아
익명을 요구한 선박 중개인은 14년 된 한국산 중거리 유조선이 지난주 1천930만 달러(약 250억 원)에 거래됐다면서, 이는 유사한 선박의 지난 4월 거래가격보다 500만 달러(약 65억 원) 더 많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베슬즈밸류의 수석 화물 분석가인 올리비아 왓킨스는 선령 6년의 유조선이 이달에 3천500만 달러(약 450억 원)에 팔렸다면서, 그 정도 선령 선박의 가격이 2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베슬즈밸류에 따르면 선령 15년의 장거리 유조선 평균 가치는 올해 들어 60% 급등했고, 비슷한 선령의 중거리 유조선 가치도 40%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의 유럽 판매가 크게 제한되며 대체지로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가 부상하는 등 원유 수입 패턴이 바뀌면서 유조선 운임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실제 인도는 지난해까지 미국·중동·중남미·서아프리카 등에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인 VLCC(17만5천t∼31만t급)로 원유를 들여왔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에즈막스(S-Max, 13만∼15만t급)와 아프라막스(A-Max, 8만∼11만t급)급 유조선을 활용해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한다.

러시아산 원유가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유럽 시장을 잃고 대폭 할인돼 판매되고 있어서다.

러시아산 대신 서아프리카·중동·미국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유럽도 중동산만 VLCC로 들여오고 나머지는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을 활용한다.

이 때문에 유조선 운임의 경우 VLCC는 갈수록 하락세인 반면 수에즈막스와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치솟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조선 발주 물량 집계에서 VLCC는 한 척도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