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대변인 "숨거나 망명한 것 아냐"…귀국 시기는 불투명
전범 혐의 체포 피해 귀국 서두른다는 분석도
'싱가포르 도피'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 귀국할 듯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해외로 도피한 후 사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이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뉴스와이어 등 스리랑카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내각 대변인인 반둘라 구나와르데나는 이날 취재진에게 "내가 아는 바로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나와르데나 대변인은 "하지만 그가 언제 귀국할지는 알지 못한다"며 "그는 싱가포르에 숨은 것이 아니며 망명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도 블룸버그통신에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최대한 빨리 귀국해 콜롬보 인근 사저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반정부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동과 관저로 몰려들자 급히 군기지로 몸을 피한 후 해외로 도피했다.

그는 몰디브를 거쳐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 14일 국회의장에게 사임계를 이메일로 보내 다음날 수리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인권단체 '국제 진실과 정의 프로젝트'(ITJP)는 최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과거 전범 혐의를 거론하며 싱가포르 법무부에 그를 형사 고발했다.

ITJP는 "고타바야 전 대통령의 2009년 국방차관 재임 시절 제네바협약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리랑카에선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싱할라족 불교도 주축 정부와 힌두교도인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이 벌어지는 등 오랫동안 종교·민족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4만5천여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타밀족 반군 내전 종식의 주역은 2005∼2015년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던 당시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과 고타바야 라자팍사 국방부 차관 형제였다.

국제 사회에서는 그간 스리랑카 정부군의 반인권적 내전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구해왔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은 보지 못했다.

고타바야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제기되는 내전 범죄와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타바야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전범 혐의로 체포될 가능성을 우려해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사임한 후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지난 5월 18일부터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