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드 대통령 지지자들 환호…"이제 선거법 뜯어고칠 것"
야권, '역대 최저' 투표율 부각하며 "대통령 참패" 주장
"튀니지 '대통령 권력강화' 개헌투표 찬성률 92%"…투표율 27.5%
'아랍의 봄' 혁명의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출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에 따르면 튀니지 여론조사 기관인 시그마 콘세일 연구소는 이날 실시된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개헌안에 대한 찬성표 비율이 92∼93%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의 하센 자르구니 소장은 찬성표는 대부분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은 중산층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튀니지 독립고등선거청(ISIE)이 잠정 집계한 투표율은 27.5%로 역대 선거 중 최저 수준이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개헌을 주도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지지자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했다.

이들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은 이 나라의 정화를 원한다"고 외쳤다.

사이에드 대통령 지지자인 누라 빈 아야드는 로이터 통신에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이제 부패한 자들과 국고를 약탈한 관리들이 두려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이에드 대통령도 "개헌 투표 이후 첫 과제는 선거법을 뜯어고치는 것이라면서 선출된 관리들이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선거 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이른바 '새 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개헌안의 가결이 확정되면 대통령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임명권,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은 물론 군 통수권까지 부여하며,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는 의회 신임 투표도 받지 않는다.

또 임기 5년에 1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은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임기를 임의로 연장할 수도 있다.

"튀니지 '대통령 권력강화' 개헌투표 찬성률 92%"…투표율 27.5%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휩쓴 '아랍의 봄' 혁명 정신을 담은 2014년 헌법을 완전히 뒤엎는 대통령의 개헌 추진을 반대해온 정치권은 사상 최저 투표율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에 의해 해산된 의회의 제1당이었던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는 "사이에드 대통령은 쿠데타에 대한 지지율 확보전에서 참패했다.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막강해진 대통령의 권한이 독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법학자회 튀니지 사무소의 바나르비아 소장은 "새 헌법은 거의 모든 권한을 대통령에게 집중시켰다.

누구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없다"며 "독재자 벤 알리 스타일의 법 위반행위로부터 튀니지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다.

민중 봉기로 독재자인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중동·북아프리카 아랍권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진전 속에서도 심각한 경제난과 극심한 정치적 갈등은 여전했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국민의 불만은 계속 쌓여왔다.

이런 가운데 2019년 선거를 통해 선출된 헌법학자 출신인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히셈 메시시 전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의회의 활동을 멈춰 세웠다.

또 그는 사법부의 부패와 무능을 질타하면서 사법권 독립을 관장하는 헌법 기구인 최고 사법 위원회(CSM)도 해체하고 법관들을 임의로 해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