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사우디행 비행 몇시간 앞 발표
사우디, 이스라엘발 민항기에 영공 개방…"화해 제스처"
사우디아라비아 민간항공청(GACA)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발을 포함, 모든 민항기가 자국의 영공을 통과해 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GACA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국제적 항로를 운항하는 민항기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를 규정한 1944년 시카고협약(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른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틀 안에서 3개 대륙을 잇는 글로벌 허브로서의 입지와 국제적 항공 연결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사우디를 위시한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국체를 인정하지 않아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을 이륙한 민항기는 요르단 영공을 거쳐 이슬람권으로 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아브라함 협약'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이슬람권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정책도 점차 변화했다.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지 않았지만 이번 영공 개방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15일 사우디에 도착할 예정이다.

사우디가 바이든 대통령을 고리로 '공동의 적'인 이란에 맞서 이스라엘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내비쳤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이런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두 국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핵심 조처"라고 평가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의 이번 조처를 "환영하고 찬사를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미국과 미국인의 안보와 번영은 물론, 이스라엘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인 통합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중동 지역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맞춰 더 많은 중동 국가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앞서, 미 CNN 방송은 13일 관련 사정에 밝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이스라엘 내 무슬림이 직항 전세기 이슬람권으로 성지순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계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러한 움직임이 두 나라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싹트고 있다는 작은 상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서 바로 사우디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반대로 사우디를 먼저 방문하고 이스라엘을 찾는 일정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