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27억원에 추징금 257억원…전 직원은 20개월 집행유예

스위스의 글로벌 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마약 밀매 조직의 돈세탁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은행의 전 직원은 징역형에 처해졌다.

스위스 연방형사법원은 크레디트스위스가 2007년 7월∼2008년 12월 범죄조직 계좌를 적절히 감시하지 못해 해당 조직이 이 은행을 통해 범죄 자금을 돈세탁하게 했다며 200만프랑(약 27억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한 이 은행 계좌에 남아 있는 범죄조직의 자금 1천200만프랑(약 162억원)을 몰수하고, 회수 불가능한 1천900만프랑(약 257억원)은 크레디트스위스에 추징하기로 했다.

법원은 또 규정을 초과한 금액의 현금이 든 가방을 정기적으로 예금으로 받은 전 직원에 대해선 20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스위스 검찰에 따르면 이 범죄조직은 코카인 수 톤(t)을 유럽으로 밀수하고 수백만달러를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마약 밀매 조직의 조직원 2명과 다른 은행 직원 1명도 이날 유죄가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스위스 역사상 주요 은행이 형사 유죄 선고를 받은 첫 사례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검찰 측이 그 당시 적용되지 않은 법령과 원칙을 적용했다며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돈세탁 방지체계를 꾸준히 점검하고 있으며 관련 규제 변화에 맞춰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직원의 변호인은 해당 직원이 은행으로부터 충분히 훈련을 받지 못했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 직원은 법원 심리 과정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했을 당시 막 은행 시험에 합격했을 뿐이며 이전에 은행 업무 경험이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크레디트스위스가 회사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각종 스캔들에서 벗어나려는 시점에 나왔다고 WSJ은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과 현재는 파산한 영국 그린실캐피털과의 거래로 막대한 투자 손실을 본 바 있다.

올해 1월엔 안토니우 오르타-오조리우 이사회 의장이 코로나19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혐의를 받은 끝에 사임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마약밀매 돈세탁 감시소홀 유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