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명 국외 탈출…"250만~300만명 전쟁 끝나도 안돌아가"
EU, 중동·아프리카 난민에 장벽…이중 잣대 난민 정책 논란
우크라이나 난민 수백만명 EU 국가에 정착할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은 웬만한 대도시 수준인 7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 난민 대부분은 유럽연합(EU) 국가로 향했고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이웃 국가도 우크라이나인에게 국경을 개방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난민 유입 사태에 직면한 EU는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폴란드와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무제한 수용하면서 정착을 위한 지원에 적극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개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빠르고 효과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임시 보호 명령' 제도를 시행했다.

EU 내무장관들은 3월 초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EU 회원국으로 오는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거주권 등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난민은 최장 3년간 EU 역내에서 거주 허가를 받게 되며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주거, 교육, 사회복지, 의료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U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등록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난민에 대한 임시 보호를 제공하고 EU 회원국들이 수용 난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난민의 국가 간 이동을 돕기 위해 EU 차원의 교통·운송을 조정하고 숙박 시설 등 각국의 수용 능력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마련할 예정이다.

예컨대 독일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망명 신청을 할 필요도 없이 3년간의 거주 허가를 얻을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이들에게 기초생활 수급 제도를 적용받는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이 독일 노동시장에 편입돼 적절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을 위해 20억 유로(약 2조6천7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난민 수백만명 EU 국가에 정착할 듯
폴란드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우크라이나 전체 난민의 절반 이상인 370만 명을 받아들였다.

폴란드 정부는 난민 정착을 위해 EU에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기존의 EU 난민 정책에 비춰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정책은 이례적으로 매우 관대하고, EU와 EU 국가들이 난민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시나스 부위원장은 EU의 난민 지원 정책에 따라 전쟁이 끝나더라도 적어도 250만~300만 명의 난민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지 않고 EU 국가에 정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교육 수준이 높고 숙련된 기술자가 많다면서 이는 인구감소와 기술 인력 부족에 직면한 EU 국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이처럼 대규모로 단기간에 EU에 정착할 수 있는 것은 이미 EU 국가에 자리 잡은 우크라이나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이웃 국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난민 정착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출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극우파가 정서적으로 유럽 국가로 인식하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것도 이들의 정착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EU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지역 난민에 대해서는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란체스코 로카 국제적십자·적신월연맹(IFRC) 회장은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 난민 수백만 명을 받아들이는 동안 아프리카 난민은 겨우 수천 명 정도만 수용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EU는 난민에 대한 장벽을 높여 왔다.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출신 난민의 유럽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EU 회원국은 이들을 막기 위해 물리적인 장벽을 속속 설치했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그리스, 키프로스,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등 12개 EU 회원국은 지난해 10월 국경 장벽 설치 계획을 밝히면서 EU 집행위에 장벽설치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주요 통과국으로 2015∼2016년 시리아 난민 유입 사태를 치른 경험이 있다.

11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는 지금까지 6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6년째인 예멘 내전으로 예멘인 400만 명이 고향을 떠났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해 탈레반이 집권하는 과정에선 수백만 명이 탈출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