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원 96%가 백인…폐쇄적 정치입문 경로 등 원인
"의회 대표성 부족,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다문화 국가 호주, 정치인은 백인 일색…이유는
21일(현지시간) 실시되는 호주의 연방 총선을 앞두고 대표적인 다문화 국가인 호주가 의회 구성에서는 여전히 백인 일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베트남 난민 가정 출신인 호주 여성 정치인 투 레(30) 변호사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의 하원의원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사례를 20일 소개했다.

그는 시드니 남서부 지역인 파울러에서 난민들과 신규 이민자들 돕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파울러는 저소득 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지난해 투 레 변호사는 노동당의 예비 심사에서 파울러 지역구 하원의원 후보로 내정됐지만 당 수뇌부는 최근 미국 출신의 백인 여성 정치인 크리스티나 케넬리 전 상원의원을 공천했다.

시드니 북부에 있는 케넬리 전 의원의 거주지는 대중교통으로 파울러에 오기까지 4시간이나 걸린다.

파울러 지역 여론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케넬리 전 의원의 공천을 두고 불만이 컸지만 노동당은 유력 여성 정치인인 그에게 전통적 텃밭 지역구를 맡겼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다문화 국가인 호주가 정치 영역에서는 다문화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보여준 단면으로 평가된다.

호주 인구 약 49%는 해외 출신이거나 외국에 부모를 둔 사람들이며, 호주 국민 5명 중 1명은 아시아 등 비유럽권 출신이다.

그런데도 호주 연방의원의 96%는 백인이다.

호주의 정치권은 1901년부터 1970년대까지 백인이 아닌 이민자를 허용하지 않던 '백호주의' 정책을 펴던 과거 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처럼 호주의 정치 구조가 다문화와 동떨어진 이유로 정치권에 입문하는 경로가 폐쇄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호주의 주요 정당에서 공천한 연방 의원 후보들은 당내 서열에 따라 정해지거나 현직 의원의 참모 출신인 경우가 대다수다.

한번 당선되고 나면 평균 10년 정도는 의원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공천 물갈이'라는 걸 찾아보기도 힘들다.

보수정당인 자유당뿐 아니라 중도좌파를 표방한 노동당에서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이처럼 의회의 대표성이 부족하면 정책 실패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BBC는 짚었다.

작년 8월 시드니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파울러를 비롯해 소위 다문화 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들은 더 가혹한 방역 규제를 받았다.

재택 근무를 허용하는 노동 정책 역시 청소나 음식배달 등 시간당 급여에 의존해 살아가는 현장 근로자들이 많은 지역에선 소외감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호주의 사회 평론가인 팀 수트포마잔 박사는 "호주는 다문화적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정치 제도에서는 그런 면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