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개시된 첫 전쟁 범죄 재판에서 검찰이 민간인 살해 혐의를 받는 러시아 병사에게 종신형을 구형했다

19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러시아 육군 칸테미로프스카야 전차사단 소속 바딤 시시마린(21) 하사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종신형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시시마린 하사는 개전 사흘 뒤인 2월 28일 오전 11시께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의 추파히우카 마을에서 자전거로 이동하던 비무장 62세 남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한 그는 이날 다른 병사들과 함께 러시아에 있는 본대에 합류하고자 훔친 폭스바겐 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던 중 피해자를 겨냥해 서너 발을 근접 사격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아울러 다른 병사가 강압적인 어조로 자신이 쏘지 않으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압박했다면서 그 당사자는 상관이 아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일반 병사라고 부연했다.

다만, 그의 말을 따를 의무가 있었는지를 묻는 말에는 "아니오" 라고 명확히 답했다. 그는 피해자 부인에게 자기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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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나온 피해자 부인을 바라보며 "당신이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이에 피해자 부인은 당일 집 밖 멀리서 총소리를 듣고서 곧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면서 "남편에게 달려 나갔지만, 그는 머리에 총을 맞고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나는 아주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이어 시시마린 하사를 향해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하고자 여기 와있는 건가", "우리 남편이 당신에게 무엇을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러시아군의 공세가 집중된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면 시시마린 하사를 석방해 러시아로 돌려보내는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 수비대를 전범으로 규정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