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억압·경제고통 벗어나 자유미래 만드는 데 초점"
미, '주민 숨통 틔운다'며 쿠바에 송금·여행 규제 완화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 시행했던 쿠바에 대한 송금·여행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분기마다 1인당 1천 달러로 제한됐던 송금 한도가 해제되고, 친인척에게만 송금할 수 있었던 규제도 사라진다.

미 국무부는 이번 조치로 쿠바 민간 기업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행 제한도 완화된다.

미국과 쿠바 사이를 오가는 항공기 허가를 늘리고 쿠바 수도 아바나 이외의 지역으로도 운항이 가능하도록 했다.

2만건 이상 밀려있는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도 복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미국에 거주하는 친인척들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쿠바인들을 위해 이민 비자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쿠바 주재 외교관과 가족들은 두통과 청력 이상, 메스꺼움, 이명 등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에 시달렸고, 미국은 2017년 9월 필수 인력만 남긴 채 쿠바 주재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을 대거 불러들이면서 비자 업무가 중단됐다.

미국은 미국에 거주하는 친인척들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쿠바인들을 위해 이민 비자를 내주고 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트럼프 정부의 반 이민 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사실상 비자 발급이 중단된 상태였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쿠바 국민들은 전례 없는 인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의 정책은 쿠바인들이 억압과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을 돕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정책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AFP는 전했다.

민주당 소속의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스는 쿠바 정권이 "각계각층의 수많은 쿠바인에 대한 무자비한 박해를 계속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비난했다.

그는 "여행이 늘어나면 쿠바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며 "수십년 동안 전 세계가 쿠바를 찾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조치가 잘못된 사람들에게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AFP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반적인 쿠바 국민들을 돕고 민주적 발전을 장려하면서도 쿠바의 공산 정권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균형을 조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가 내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릴 미주정상회의에 멕시코를 비롯해 일부 카리브해 국가들의 보이콧 움직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미주정상회의에 쿠바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을 초청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미주) 국가가 초청되지 않는다면 멕시코에선 외무장관이 대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고위 관료는 멕시코의 대통령 불참 선언 직후 이번 발표가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AFP에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