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귀국 난민으로 국경 북적…검문소앞 귀국 차량 8.8㎞ 긴 줄
"우크라 군 선전에 귀국 결심"…4월 중순 이후 입국이 더 많아
[우크라 서부거점 르비우에서] "우리나라 믿어" 돌아오는 사람들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이유요? 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이제는 우리 군을 믿을 수 있습니다.

"
연합뉴스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국내 언론 중 최초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를 방문한 7일(현지시간) 폴란드 메디카와 우크라이나 셰게니 국경검문소의 풍경은 예상과 사뭇 달랐다.

전쟁이 점점 격렬해지고 러시아군의 민간인 공격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피란하려는 난민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이가 더 많았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려는 차량 행렬은 메디카 국경검문소에서 무려 8.8㎞나 이어졌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나가는 차량은 전혀 대기하지 않고 바로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메디카 검문소 인근 국제 구호기구 자원봉사자는 "약 3주 전부터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우크라 서부거점 르비우에서] "우리나라 믿어" 돌아오는 사람들
검문소 앞에 줄지어 선 난민에게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지 물었다.

키이우의 집으로 돌아가는 일레나 씨는 "이제 우크라이나 군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귀국하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우리 정부와 군을 믿을 수 없었어요.

2014년에는 힘도 못쓰고 져버렸고, 이번에도 다들 사흘을 못 버틸 거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우리 군이 러시아를 물리치는 것을 보고 이제 돌아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러시아 군과 맞서 치열하게 저항한 우크라이나 군의 선전이 피란길에 오른 국민의 마음을 돌린 셈이다.

전쟁이 석 달째 접어들면서 장기화하려는 조짐인 것도 귀국을 결심하게 된 원인이었다.

헬레나 씨는 석 달 전 의사인 남편을 남겨둔 채 어린 두 딸과 함께 키이우의 집을 떠나 폴란드로 피란했다.

헬레나 씨는 "아이들이 피란 생활을 너무 힘들어하고 폴란드 물가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고 했다.

잠시가 될 줄 알았던 피란살이가 기약없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키이우는 아직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해 부모님이 있는 르비우에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볼로디미르 씨는 개전 직전인 2월 말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떠나 아일랜드 더블린에 머무르다 본인만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고향에 돌봐야 할 사람이 있다.

어린 동생이 노모를 혼자 모시고 있는데 어머니를 동생에게만 맡겨 둘 수 없어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피란민의 귀국 행렬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됐다.

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개전 이후 처음으로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사람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간 사람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우크라 서부거점 르비우에서] "우리나라 믿어" 돌아오는 사람들
얘기를 나눈 3명은 모두 키이우에서 온 피란민들이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고향인 키이우는 전쟁의 위협이 여전하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앞으로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에서 미사일 폭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주의하고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인 9일 대대적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귀향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없는 타향에서의 피란살이보다는 불안하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고향이 더 낫다는 사실을 지난 두어 달간 몸으로 느낀 듯 했다.
[우크라 서부거점 르비우에서] "우리나라 믿어" 돌아오는 사람들
/연합뉴스